소금이 물에 녹는 이미지와 원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단일 이온 용해.[UN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소금의 용해 현상을 원자 수준으로 관찰하고, 이온이 용해되는 원리를 밝힐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신형준 교수팀은 하나의 물 분자를 제어해 소금에서 특정 이온을 추출할 수 있는 ‘단일 이온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이온의 특성을 활용해 선택적으로 용해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온은 세포의 신호 전달이나 배터리, 반도체 등 다양한 응용 연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입자다. 하지만 지금까지 간단한 소금의 용해 현상을 포함해 이온의 특성을 단일 이온 수준으로 연구하는 것은 실험적으로 불가능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금(NaCl)은 나트륨 양이온(Na+)과 염소 음이온(Cl-) 사이의 강한 이온 결합으로 이뤄진다. 물과 닿게 되면 극성분자인 물 분자에 의해 이온 결합이 끊어지게 되어 소금물이 된다.
물 분자 제어에 의한 선택적 음이온 추출 과정 모식도.[UNIST 제공] |
신형준 교수는 “물에 녹은 이온은 수화(hydration)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용액 속의 수많은 물 분자와 함께 끊임없이 움직여 이온을 개별적으로 제어하거나 그 특성을 연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68.8℃의 극저온과 초고진공 상태의 환경에서 원자 2~3층 두께의 얇은 소금 막(film) 위에 개별 물 분자를 증착했다. 원자 수준 이하의 해상도를 갖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소금 표면에 놓인 물의 움직임과 단일 이온 추출에 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연구팀은 주사터널링현미경의 미세 탐침을 정밀하게 제어해 소금 표면에 흡착한 물 단분자를 원하는 특정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이동시키며 발생한 약 10피코미터(10조 분의 1미터) 수준의 탐침 높이 변화를 분석해 염소 음이온과 물 분자가 강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신형준(왼쪽) 교수와 한희원 연구원.[UNIST 제공] |
연구팀은 하나의 물 분자를 원자 한층 두께의 소금계면 계단층을 따라 이동시켰다. 이동한 경로에서 한 개의 이온이 사라지는 것을 관측했다. 이는 물 분자의 쌍극자 모멘트에 의해 소금의 이온 결합이 끊어져 단일 이온이 추출된 것이다.
물 분자를 제어해 단일 이온을 추출할 때 항상 염소 음이온(C1-)이 나트륨 양이온(Na+)보다 우선적으로 용해되는 현상 또한 발견했다. 이것은 나트륨 양이온과 염소 음이온의 분극률(polarizability) 외부 전기장에 의해 물질에 발생하는 쌍극자 모멘트 차이 때문이다.
높은 분극률을 가진 음이온이 양이온보다 물 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주변에 결합하고 있는 이온이나 원자가 부족한 계단층 표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희준 석·박통합 연구원은 “지금까지 물에 의해 소금이 녹는 현상은 이론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정밀한 물 분자를 제어해 단일 이온 추출에 성공했다”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분극률이 선택적 용해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형준 교수는 “이온은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하게 존재하지만, 배터리나 반도체 재료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입자다”며 “개발한 단일 이온 제어기술을 통해 앞으로 이온과 관련된 다양한 기초 기술 및 응용에 연구를 더욱 확장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3월 16일 온라인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