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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나도 의사할래” 충격 사태 1200명 이탈…위기의 과기원 어쩌나
KAIST 학생들의 단체 토론학습 모습.[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내년 의대정원이 2천명 늘었다고 해서 휴학 하고 의대진학하기로 결심했다.”(한 4대 과학기술원 신입생)

“공부는 똑같이 하는데 이공계 박사는 4~5천만원이지만 의사는 기본 억대연봉을 받는다. 해외로 떠나야할지 의대로 가야할지 고민이다.”(4대 과학기술원 재학생)

1200명. 지난 5년간 국내 최고의 이공계 상아탑으로 꼽히는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스스로 학업을 포기한 수치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의대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의 ‘의대 블랙홀’과 ‘이공계 엑소더스’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2000여명 확대되면서 이 같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재학생들의 중도탈락 수는 551명에 달한다. 그 뒤를 이어 UNIST(울산과학기술원) 341명, GIST(광주과학기술원) 178명,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107명을 기록했다. 사유는 개인사정, 자퇴, 미등록, 유급 등이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의대와 치대로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과기원 한 교수는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꼽히는 4대 과기원 학생들이 의대로 이탈하는 경우는 직업적 안정성과 높은 연봉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면서 “재학생들의 이탈도 문제지만 당장 내년부터 영재고나 과학고의 우수학생들의 지원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UNIST 연구진이 반도체 기판을 들어보이고 있다.[UNIST 제공]

이처럼 이공계 우수인재들이 의대로 이탈하고 있는 배경에는 의료계와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처우도 근본적 문제다. 현재 4대 과기원 석박사과정 재학생들의 경우 학업과 연구수당을 합쳐서 한달에 약 160~180만원을 받고 있다. 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렇게는 못 산다라는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올해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15% 가량 대폭 삭감되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4대 과기원 한 교수는 “올해 예산삭감으로 인해 연구비가 부족해 학생들에게 줄 돈이 부족한게 사실”이라면서 “학생들이 더욱 열악한 처우에 시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공계 졸업 후에는 의료계와 격차는 더 벌어진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입사하면 초임 연봉은 평균 4260만원에 그친다. 매년 공무원 인상률인 1~2%의 인상률을 적용받아 억대연봉을 받으려면 최소 15년 이상을 근무해야만 한다. 정년도 만 61세로 짧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비해 의대 6년과 인턴, 레지던트를 마친 의사가 병원에서 근무하면 최소 억대 연봉을 받는다. 의사들의 평균연봉은 2억 3070만원이다. 학업에 투자한 시간은 비슷하지만 연봉 차이가 최소 3배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 이공계 우수인재들의 병역을 대체할 전문연구요원 제도 혜택도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자가 되기 보다는 의사가 되려고 하는 풍토가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공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우수 인재들이 의대가 아닌 이공계에 올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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