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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소주 한 잔은 얼마에 팔면 될까요?”
여의도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소주 잔술 판매‘를 묻자 이렇게 되물었다. 그는 “요즘 손님들도 전보다 술을 많이 안 마시는 편”이라며 “잔술 판매가 좋은 기회일 듯한데 가격이 고민”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소주를 ‘잔’ 단위로 팔도록 허용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일단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고물가에 경기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새로운 판매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최근 과음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병 단위가 아닌 잔술을 원하는 고객도 적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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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최근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엔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 사유로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명시했다.
즉, 다시 말해 소주 같은 술을 병이 아닌 잔 단위로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B씨는 불황엔 이 같은 잔술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과거에도 불황 땐 ‘까치담배’가 유행했었다”며 “요즘 술값이 비싸다는 손님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데 저렴하게 잔술로 팔아볼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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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담배’는 과거 담배를 1개비로 나눠 팔던 방식이다. 4500원인 20개비 한 갑이 아닌, 1개비를 300원에 파는 식이다. 이는 불법이다. 하지만, 불황에 담뱃값이 부담이 컸던 이들과 차익을 챙기려는 업주 간에 암암리에 유행했던 판매 방식이었다. 최근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까치담배’와 달리 ‘소주 잔술’은 이제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셈이다.
잔술 판매 허용이 알려진 후 소상공인 관련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전망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판매하게 되면 서빙 업무가 바쁠 것 같다”, “소주 한 병에 6000원이니 한 잔에 1000원이면 팔 법한 수준”, “마시다 남은 소주를 팔까 봐 손님들이 꺼려할 것” 등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근 비상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
‘소주 잔술’에 자영업자들의 기대가 커지는 건 그만큼 요즘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지원을 해주고, 금리부담을 줄이도록 대환대출을 실시하는 식이다.
최근엔 나이를 속인 청소년의 술·담배 구매로 영업정지 등을 당하지 않도록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대책 마련에 착수, 관련 개정을 오는 4월까지 완료·시행할 방침이다.
‘소주 잔술’ 판매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도 환영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소상공인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판매 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실제 소상공인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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