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한미약품 사장[한미약품 제공]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임주현 한미그룹 사장(한미약품 사장 및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형제(임종윤·종훈 사장)를 향해 “본인들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자신은 3년 간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예탁하는 ‘보호예수’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빠와 동생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무담보로 대여해준 266억원도 즉시 반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임종윤 사장 측은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합병 확신이 흔들려 마음이 조급해진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그룹의 운명을 두고 모녀 측와 장차남 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주가 한미그룹 운명을 가를 한 주가 된다. 가처분신청 결과가 나올 예정이고, 오는 28일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선 모녀(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와 형제측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 당초 모녀 쪽으로 판세가 기우는 듯 했지만 지난 주 한미그룹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 지지를 선언하면서 가늠이 힘든 상황이 됐다.
현재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는 팽팽하다. 모녀측이 특수관계자 및 재단 지분 등을 포함해 35%를 가지고 있다. 반면 형제측 지분은 28.42%. 여기에 12.15% 지분을 가진 신 회장이 형제측을 지지하고 있다. 7.6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아직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 등 기타 16.77%의 표심도 중요 변수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코리그룹 제공] |
임주현 사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아버지(임성기 전 회장) 사후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리스크는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주식을 팔거나 담보 잡힌 주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오버행’ 이슈였다”며 “현실적인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한미그룹 전통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식으로 OCI와 통합을 선택한 것”이라고 OCI와의 통합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사장은 한미그룹과 OCI그룹과 통합 후 3년 간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예탁하는 보호예수를 제안했다. 이어 형제측이 제시한 시가총액 200조원, 투자 유치 1조원 등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으로 주주를 현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무담보로 빌려준 266억원의 대여금도 즉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임주현 사장은 “오빠와 동생은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과 자금의 출처를 밝혀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형제 측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선대 회장님이 한 평생을 바쳐 이룩한 한미그룹 주식에 대해 한 번도 팔 생각을 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1조 투자 유치를 통해 5년 이내 1조 순이익을 달성하고 시총 50조원 진입이란 한미약품 미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를 통해 주가 회복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니 주주들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서로의 입장차가 극명히 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양측이 내세운 사내이사들 중 누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모녀 측은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6명의 선임안을 제출했다.
반면 형제 측은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임종윤 사장이 최대 주주인 바이오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권규찬 대표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5명의 선임안을 주주제안했다.
주총에서는 양측이 제안한 11명의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다득표순으로 최대 6명이 선임된다.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OCI와의 통합이 기로에 놓이게 된다.
현재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 중 3곳은 모녀측이 제시한 사내이사들에 대해 찬성, 형제측이 제시한 사내이사 등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나머지 2곳 중 한 곳은 임종윤 측 제안에 찬성했고 남은 한 곳은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한미약품과 OCI 본사 전경[한미약품 제공] |
주총 표심에 영향을 줄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결과도 주총에 앞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두 형제는 지난 1월 한미와 OCI 통합 과정에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 증자가 무효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8일까지 관련된 서류 제출이 모두 완료돼 금주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결과 또한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관건이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추후 험난한 분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는 그야말로 한미에게 운명의 한 주가 될 전망”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대 측이 무효 소송 등 곧바로 법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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