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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김치, 혁신적 과학기술로 글로벌 경쟁력 갖춘다

전 세계적으로 웰빙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국의 전통 채소발효식품인 김치가 글로벌 슈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K-콘텐츠의 인기를 힘입어 K-푸드의 대표주자인 2023년 김치 수출액은 농식품 분야 신선식품 수출액의 약 10.5%를 차지한다. 하지만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최강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통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품질 차별화가 필수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세계 시장 확대의 필수 조건인 품질 표준화, 장거리 유통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치 종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종균’이란 발효식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발효조절을 목적으로 첨가하는 미생물로, 서양에서는 발효식품의 산업화에 필수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연구소는 김치종균 개발을 위해 2013년부터 전국 각지 김치를 종류별로 수집, 그 안에 있는 유산균을 분리하여 3만 5천여 종의 김치 유산균을 확보했다. 이중 우수 유산균만을 선발해 종균으로 개발했으며, 김치 제조업체에 보급해 실제 장거리 수출 김치의 과발효, 골마지와 같은 문제가 개선시켜 장장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가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은 김치 제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치는 원료 재배부터 유통단계까지 다양한 변수로 인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식품이다. 이러한 변수들을 예측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려면, AI 기술 도입이 필요하며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소에서는 배추의 원물부터 절임, 발효 과정 데이터를 확보하여 AI로 학습한 ‘김치품질 판정모델’을 개발했다. 김치의 품질을 이미지만으로도 빠르고 신속하게 검사하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 범위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김치의 품질 관리와 공정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온생육 유산균’이라는 기존에 연구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 개척을 통한 토종 김치 미생물자원 발굴, 비가열 처리를 통한 살균 복합 기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 연구, 친환경 및 기능성 포장 소재 및 인디케이터 개발, 장기 저장 및 유통 기술, 부산물의 자원화 등 김치라는 가장 전통적인 식품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기술 혁신을 일으키고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편 내수시장에서의 김치 소비 감소에 따른 대책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최근 김치산업 실태조사 결과, 10가구 중 4가구는 자녀가 김치를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소비 촉진을 위해선 전통 방식의 김치 섭취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김치 소비 문화를 형성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김치 맛과 포장 단위의 다양화는 물론 김치 스낵, 소스와 같은 가공품 개발 등 김치테크를 활용한 상품김치의 진화가 필요하다.

이제 곧 우리 김치를 수입하는 국가는 100개국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방문해도 한국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기쁜 일 아닌가. 김치 수출의 증가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K-푸드의 심장인 김치를 한국의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식품산업의 모델로서 세계에 내놓는 것이다. 혁신적 과학기술의 도입과 적용은 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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