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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잘 나간다 싶더만” 3000억 넘게 팔아 챙긴 창업주라니
박순태 알테오젠 대표(왼쪽)와 부인 정혜신 박사[헤럴드DB]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그 많은 돈, 다 어디 쓰려고.”

업계가 놀랄 만큼 회사는 단기간에 승승장구했다. 당연히 주가도 급등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공동 창업주가 보유 지분 대부분을 팔았다. 주가는 당연히 급락했다. 사실 그동안 많이 접했던, 익숙한 스토리다.

이 같은 일이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알테오젠에서 벌어졌다.

알테오젠의 최근 공시에 따르면 대주주 중 한 명인 정혜신 박사가 보유 주식 201만6000주 중 160만주를 ‘블록딜’, 시간외매매를 통해 대량 매매했다.

정 박사 보유 주식은 41만6000주만 남았다. 보유지분은 0.78%로 확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정 박사는 전 날 종가보다 9.9% 낮은 주당 19만7770원에 보유 주식을 해외 기관투자자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계산에 따라 정 박사가 이번 주식 매도로 취득한 금액은 무려 3164억원이다.

한 투자자는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대주주가 보유 주식 대부분을 판 것은 당연히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라며 “특히나 공동창업주가 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로선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주주 대량 매매 소식에 회사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22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이 소식에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시총 규모도 줄었다.

알테오젠 주가 추이[네이버증권]

정 박사가 단순한 대주주도 아니다. 정 박사는 최대주주인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와 부부이자 알테오젠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LG화학 연구원 출신으로 회사에서 만나 결혼 후 지난 2008년 알테오젠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알테오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기술을 갖고 있다. 박 대표와 정 박사는 2018년 ‘히알루로니다제(ALT-B4)’라는 이름의 피하주사 제형 변형 플랫폼을 개발했다. 피부 내 히알루론산층에 통로를 만들어 항체의약품을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투약이 가능하도록 만든 기술이다. 세계적으로도 이 기술을 가진 기업은 알테오젠과 할로자임, 두 곳 뿐이다.

이후 정 박사는 한남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다가 지난 해 9월 알테오젠을 퇴사했다.

이번 정 박사의 주식 매도에 대해 박순재 대표는 “자신은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 박사의 주식 매도는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테오젠 본사[헤럴드DB]

회사 상황이 어느 때보다 좋은 시점에 공동 창업자이자 대주주가 회사 지분을 대량으로 판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블럭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 제형 독점 계약 체결을 공개하며 주가가 급등세다. 회사는 머크와의 계약으로 연 1조원 이상의 기술수출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도 급상승하며 박 대표는 국내 주식부자 순위 15위를 기록 중이다. 박 대표의 주식 가치는 26일 기준 2조24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이렇게 잘 나가는 상황에 그것도 창업자이자 대표 부인의 주식 매도는 의아한 부분이 있다”며 “이 소식에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떨어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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