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리판 제조기술과 셀 접합 기술 개선으로 제조 단가 절감
고체산화물수전해전지 스택을 개발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 윤경식(왼쪽부터) 선임기술원, 김태우 책임연구원, 유지행 책임연구원, 이대근 책임연구원, 김현진 선임기술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 유지행 박사 연구진이 차세대 수전해 기술로 주목받는 고체산화물수전해전지(이하 SOEC) 스택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SOEC 스택의 용량은 단일스택 기준 국내 최대인 8kW로, 하루 5.7kg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차세대 수전해 기술인 SOEC를 선점하기 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선도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스택의 용량을 MW급으로 확장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하는 기술도 활발히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소수의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개발하고 있으나 해외 선도 그룹과의 기술 격차가 커,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기술 자립을 통해 국산 SOEC 스택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스택을 구성하는 금속 분리판을 일정한 패턴으로 찍어내고, 각각의 셀을 견고하게 밀봉하는 기술을 적용해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개발한 고체산화물수전해전지 스택.[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SOEC 스택은 세라믹 셀, 분리판, 밀봉재 등을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를 갖고 있다. 스택의 용량을 늘리면 수소 생산량도 늘어나지만, 부품도 함께 늘어나 전체 제조 단가가 올라간다. 또 각 셀이 동일한 성능을 유지해야 수소 생산 효율을 보장할 수 있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경제성도 달리 평가된다.
연구진은 먼저 분리판 제조 기술을 개선해 제조 단가를 낮추고 제조 시간도 단축했다. 분리판 상하면에는 수소와 산소가 섞이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유로(流路)를 만들어야하는데, 현재는 기계적, 화학적으로 깎아내서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요철 구조의 돌기를 배열함으로써 유로를 도장처럼 찍어내는 프레스 성형 공법을 적용했다. 기존 공정은 하루에 분리판 100개를 만드는 것이 최대인 반면, 프레스 성형 공법을 이용하면 하루에 1,000개 이상 만들 수 있어 제조 단가와 시간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
스택에 공급된 전력이 손실 없이 사용되도록 셀, 분리판과의 접촉면적을 최대화 해 각 셀이 균일하고 극대화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적층된 부품들을 견고하게 밀봉하는 브레이징 접합기술까지 적용해 유리 밀봉재 사용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이를 통해 구성된 스택은 열 충격이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수소의 누설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안정적인 성능을 나타냈다.
유지행 박사가 개발한 분리판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연구진의 기술을 적용해 제작한 8kW 단일 스택은 250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하루에 5.7kg을 생산해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 능력을 증명했다. 이는 순수 국산 스택 설계와 제작 기술을 적용한 결과로 국내 수소 기술의 자립과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개발된 제조 기술은 양산성과 신뢰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SOEC 분야의 진출을 노리는 삼성전기와 연료전지 전문 기업인 범한퓨얼셀에 이전됐다. 향후 이전 기업과 연구진은 협력 연구를 통해 국산화를 가속화 할 전망이다.
유지행 박사는 “국내 대부분의 SOEC 관련 기업들이 해외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소재와 부품기술을 활용한 고효율의 스택개발은 국내 기술의 자립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수전해 핵심기술 확보로 수소경제사회로의 전환과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