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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잇는 아티스트 노하우, SM 변화·변주 원동력” [헤경이 만난 사람-이성수 SM엔터 CAO·KMR 대표]
실험성·독창성이 SM 음악 유산
SM 3.0시대 더 우직한 본질 강조
“촉이 왔어”라는 말 가장 경계
음악기업은 히트곡 꾸준히 나와야
잊히지 않는 음악, K-팝 동력 될 것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CAO·KMR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촉이 왔어’라는 말을 가장 경계한다”고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검은색 가와이 그랜드 피아노와 기다란 테이블 위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한쪽 벽면을 채운 대형 스크린과 강력한 존재감의 ‘핑크 블러드’ (SM엔터테인먼트 팬덤) 액자….

이성수(45) SM CAO(Chief A&R Office·A&R 이사)이자 SM의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reation Music Rights, 이하 KMR) 대표의 집무실. 이곳은 ‘선구자의 길’을 걸어온 30년 음악 유산의 뿌리가 깃들어 있고, 독창적 실험 정신이 뮤즈가 돼 오가는 SM 그 자체였다.

SM표 음악의 중심에 있는 이성수 CAO는 “음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언제나 음악을 강화하고, 음악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SM에서 가장 경계하는 말은 ‘촉이 왔어!’라는 말이에요.”

1998년 인턴으로 시작해 SM의 역사를 함께 해 온 이성수 CAO는 “SM은 기본적으로 음악적 접근이 다른 회사”라고 말한다. 그는 “음악을 볼 때 이 음악이 왜 좋은지, 어떤 음악이 히트를 했다면 왜 히트를 했는지 등을 분석하지 감으로 결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1996년 1세대 K-팝 그룹 H.O.T가 세상에 나온 이후 약 30년. SM의 긴 시간은 K-팝의 태동과 성장, 진화의 역사를 함께 한다. 모든 것에서 ‘최초’였고, 언제나 ‘독보적’ 1등이었던 SM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결국 ‘음악’이다.

SM의 음악을 정의하는 가장 적확한 키워드는 ‘실험성’과 ‘독창성’이다. H.O.T.와 S.E.S, 신화를 거쳐 보아와 동방신기를 지나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로 이어졌고 엑소, 레드벨벳, NCT와 에스파, 라이즈, NCT위시에 이르기까지 K-팝의 각 세대를 상징하는 그룹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SM이라는 거대한 뿌리로 이어져 있다.

남들과는 다른 음악을 위해 SM이 가장 신경쓰는 건 A&R(artist and repertoire)이다. A&R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음악을 기획·제작·관리하는 ‘음악 작업의 모든 것’이다. A&R의 핵심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2005년 SM에 입사한 후 A&R 업무를 통해 실무를 익힌 그는 이 시기 북유럽을 비롯한 해외의 걸출한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발굴했고, 지금의 K-팝의 모태가 된 송캠프와 A&R 시스템을 구축했다.

K-팝 음악의 산실인 ‘송캠프’도 지난 2009년 SM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 CAO는 “송라이팅 캠프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자 학습의 장”이라며 “단지 음악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외 창작진에게 한국을 경험하게 하고 좋은 네트워크를 다지도록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사실 송캠프를 연다고 매번 히트곡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 CAO는 송캠프의 핵심은 ‘어레인지(Arrange, 조율)’라 했다. 누구나 와서 아무 음악이나 만드는 게 아니라 작가와 멜로디를 만드는 송라이터, 트랙메이커(반주부터 편곡까지 음악의 뼈대를 만드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를 발굴·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SM은 송캠프 시스템을 통해 소속 가수 음반의 30~40%에 달하는 히트곡을 만들었다. 송캠프가 SM의 창발적 음악의 기틀이 된 셈이다.

SM표 음악의 핵심은 ‘변주된 전통’이다. 여러 세대의 아티스트가 공존하는 만큼 SM을 하나의 색으로 규정할 순 없지만, SM만의 특별한 ‘무엇’이 존재한다. “SM에 소속된 그룹들은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색깔을 가진 독특함이 있다”(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장 ‘SM스러운 음악’을 보여준 2세대 샤이니는 NCT로, f(x)는 레드벨벳으로 계승되며 지속과 변주의 하모니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CAO는 “조금 더 세련되고 긴장감 있게 들리도록 완성음(도미솔)을 변주, 실험하며 더 좋은 음악을 쌓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작법은 하루아침에 새롭게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클래식, 재즈에서 수 백년 전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의 가장 중요한 문법을 근간으로, 시스템 안에서 음악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게 이 CAO의 설명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꼬리를 무는 히트곡 생산이 필수다. 이에 SM은 엔터사의 성공 방정식이라 할 만한 ‘컬처 테크놀로지(문화기술, CT)’ 3단계를 제시한 바 있다. CT 3단계는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매니지먼트로 구성돼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만드는 ‘컬처 크리에이션’이 1단계, 아티스트와 음악 콘텐츠를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컬처 디벨롭먼트’가 2단계, 아티스트 IP(지적 재산권)라는 핵심 자원과 노하우로 또 다른 사업으로 확장시키는 ‘컬처 익스팬션’이 3단계다.

이 CAO는 “핵심 IP를 창조하고 이를 산업으로 발전시킨 뒤 수출, 협업, 현지화로 확장하거나 IT(정보기술) 플랫폼을 통해 넓혀 SM의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했다.

선구자가 ‘혁신’까지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SM은 긴 시간 최초의 아이콘인 동시에 역사였다. 이 CAO는 “1세대부터 5세대에 이르는 아티스트들이 공존하며 영감과 노하우를 나눈다는 것은 SM이 가지는 특이점이자 차별화되는 문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SM의 터줏대감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일 양국에서 수많은 최연소와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보아는 최근 5세대 그룹 NCT위시의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1세대 강타는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앤백(MOON&BACK)과 함께 영국 보이그룹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다. 강타는 KMR 산하 스매시 히트의 수장이기도 하다.

이 CAO는 “SM의 아티스트로 데뷔해 이 회사의 모든 프로듀싱 기술을 경험한 사람들이 퍼블리싱의 수장이자 후배 아티스트의 앨범을 아우르는 프로듀서로 활약한다는 것은 큰 의미”라고 강조한다.

“강타와 보아는 SM과 30년을 함께 한 아티스트예요. 그 활동의 경험과 노하우가 지금의 후배들, 미래의 후배들에게 이어지는 거죠. 아직도 두 사람은 음악으로 열띤 토론을 하고, 후배들의 음악과 무대를 치열하고 깐깐하게 고민해요. 그것이 SM을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2023년 선언한 ‘SM 3.0’ 시대에 접어든 현재, SM이 여전히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우직하게 ‘본질’에 접근하려 한다. ‘좋은 음악’을 기반으로 한 그간의 노하우는 SM의 현재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 됐다. 더 많아진 콘텐츠와 넓어진 세상, 더 많은 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멀티 프로덕션 체제로의 구조 변화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을 떠받치는 것은 전 세계 창작진과 네트워킹을 구축한 퍼블리싱 회사인 KMR이다. KMR은 더 허브, 모노트리, 스매시 히트, 배드엑스 등 총 4개의 CIC(사내독립기업)와 유럽 법인인 디자인뮤직, 선샤인 등으로 이뤄진 음악 출판사이자 작곡가들의 에이전시다. 여기에 속한 작가만 100여명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하이브, JYP 등 굴지의 기획사와 함께 작업하는 소속 작가들의 커리어는 K-팝의 현재이자 미래라 할만 하다.

이 CAO는 “전 세계의 음악가들이 SM을 넘어 다른 K-팝 기업과 함께 하고, 한국의 작곡가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곳이 KMR”이라며 “이곳에서 송캠프의 노하우로 좋은 음악을 만들고,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첫 단추는 끼워졌다. KMR을 통해 SM은 물론 타사와의 프로젝트, 협업을 진행하는 프로듀싱 레이블 커스터메이드(Kustomade)가 탄생한 것. SM 연습생 출신이자 스트레이 키즈 전 멤버인 우진의 첫 앨범이 곧 발매 예정이다.

“아직은 몸풀기 단계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거죠. 3~4분이 지루하지 않은 변주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음악,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이 곳(KMR)이 SM을 넘어 K-팝의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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