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약 형태의 장세척제[네이버 블로그]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40대 직장인 A씨. 다음 주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예정이다. 원래 그는 대장내시경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4년 전 했던 대장내시경 검사의 끔찍한 기억 때문.
이유는 다름아닌 내시경 검사를 위해 먹어야 했던 장세척제(장정결제) 때문. 그는 “가루약 형태의 장세척제를 물에 타서 먹었는데 특유의 쓴맛과 짠맛이 뒤섞여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4ℓ라는 어마무시한 복용량까지,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다시 내시경을 결심한 건 약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A씨는 “알약으로도 이젠 가능하다고 해서 4년 만에 다시 대장내시경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대장내시경은 한번쯤은 꼭 받아야 할 건강검진 항목. 하지만 괴로운 게 바로 장 세척 과정이다. 이 과정이 너무 괴로워 내시경 검사를 망설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제 점차 장 세척제도 진화하는 중이다. 최근엔 알약 형태까지 나왔다. 장 세척제가 괴로운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그동안 장세척제는 주로 물약과 가루약이 사용돼 왔다. 주성분은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경구황산나트륨(OSS), 피코설페이트륨수화물/구연산마그네슘 복합제(SPMC) 등이 있다.
그런데 PEG는 특유의 짠맛과 함께 복용량이 4ℓ에 이른다. A씨는 “표현하자면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셔야 하는 느낌”이라며 “이걸 먹으면서 ‘다시는 대장내시경 안 할거야’라고 다짐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제인 OSS 경우에도 특유의 짠맛과 쓴맛으로 인해 복용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지난 2019년 한국팜비오가 OSS 제제의 알약형 장세척제 ‘오라팡’을 출시했다. 가루약이나 물약에서 느껴야했던 거북함 없이 대장내시경 검사 전날 14정, 검사 당일 14정, 총 28정을 삼키기만 하면 된다. 알약과 함께 먹어야 하는 물의 양은 2ℓ 정도.
알약형 장세척제 '오라팡'과 복용법[독자 제공] |
한국팜비오에 따르면 오라팡은 기존 OSS 액제 대비 황산염 양을 10% 줄여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동일한 장정결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여기에 가스제거제 ‘시메티콘’까지 함유해 장내 발생 기포제거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했다.
무엇보다 오라팡의 가장 큰 장점은 복용 편의성이다. 장 세척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거부감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약 장세척제는 거부감 없는 맛과 복용 편의성으로 만족도가 82.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약(33.3%)에 비해서 2.5배나 높았다. 향후 복용 희망자 4명 중 3명이 알약 복용을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오라팡은 기존 물약, 가루약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복용 편의성 때문에 매년 사용량이 늘고 있다. 500억원 규모의 장세척제 시장에서 오라팡은 2022년 기준 매출 200억원까지 기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에 다른 제약사들도 알약 형태의 장세척제를 개발 중이다. 태준제약이 지난해 ‘수프렙미니정’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알약형 장세척제 ‘DWJ1609’를 개발 중이다.세 가지 황산염(무수황산나트륨, 황산칼륨, 무수황산마그네슘)에 시메티콘 및 피코설페이트나트륨수화물을 복합한 새로운 제형이다. 지난해부터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올 해 하반기 임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이 개발 중인 장 세척제는 복용 알약 수가 20알로 오라팡(28알)보다 적어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이라며 “시판되는 장세척제와 비교해 복부팽만감, 복부불편감, 복통을 감소시키고 장내 수분을 유지해 우수한 정결 작용 효과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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