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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솔로’PD의 작가명단에 이름 올리기, 꼼수일까? 정당할까?[서병기 연예톡톡]
본질과 해법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plus, ENA ‘나는 솔로’(나는 SOLO) 남규홍 PD가 자신과 딸을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자신은 작가(기획구성)로, 딸인 남인후는 작가(자막)로 살짝 수정했다.

남규홍 예능 PD의 스크롤 작가 등재 사건(?)은 현재 전면 개편중인 저작권법 미비에, 방송국이 크리에이터를 철저하게 구분해 저작권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는 갑질적 관행 등이 겹쳐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지만, 남 PD가 혼자 이를 제대로 적용하겠다고 나섰다가 작가들의 밥그릇에 숟가락을 얹은 격이 됐다.

남규홍 PD는 "작가 재방료는 촌장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작가 중 협회 소속 작가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급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또한 PD들도 작가 스크롤이 있다고 하여 재방료를 받지는 못한다... 피디로서 우리는 재방료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글과 자막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 향상만 바라고 일했을 뿐. 오랜 시간이 지나 남는 것은 스크롤 한줄 뿐"이라고 해명자료를 올렸다.

남규홍 PD의 이런 상황인식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 작가협회 소속 작가가 되려면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에 소정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나솔' 작가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협회에 요청하면 재방료를 포함하는 저작권료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수수료 9%만 떼면 된다. 회원이 되면 요청하지 않아도 받아준다.

'나솔' 재방료는 무시하면 안된다. 한때 '무한도전' '나는 자연인이다' '맛있는 녀석들'이 엄청난 재방료를 받았듯이, '나솔'도 연간 1억원을 넘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나솔' 제작사는 작가협회 비회원들만 고용했을까. 경력이 많은 작가를 기용하면 제작비,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솔'은 그 어떤 예능보다도 노동집약적 제작현장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을 알아보려면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왔는지를 봐야한다. 저작권은 방송국과 프로덕션 관계자에게도 가지만 본질적으로 크리에이터에게 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크게 '스크립티드'(대본 있는)와 '논스크립티드'(대본 없는)로 나뉜다. 드라마는 전자에, 예능은 후자에 해당된다. 드라마는 강력한 힘을 가진 대본을 쓴 작가가 저작권을 다 가져가버린다 해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예능은 누구에게 저작권을 주어야 하는가?

기존 관행은 방송국이 거의 다 가져가버렸다.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의 기본 스트럭처(구조)는 박원우 작가가 제공했다. 당시 민철기 PD(현재 JTBC 소속)는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서를 작성했다. 두 사람은 저작권을 분배받을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 참가한 셈이다. 하지만 '복면가왕' 저작권은 MBC가 100% 다 가지고 있다. 지금도 '복면가왕'이 결방되면 박원우 작가는 수입이 없다.

외주제작사들이 늘어나면서, 투자도 받아야 하고, 상장도 해야 하기 때문에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스(터)트롯'을 크게 히트시키고도 저작권이 없는 서혜진 PD가 TV조선을 나와 크레아 스튜디오를 차린 첫번째 목적이 IP확보였다.

예능 프로그램 기획은 방송국, 또는 외주제작사의 PD(CP, EP, 본부장 포함) 몇 명과 작가 몇 명이 함께 회의에 들어간다. 여기에는 특정 작가, 특정 PD가 구상해낸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첨삭과 기획서 작성 등의 작업이 더해지면서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론칭된다. 이들은 모두 크리에이터가 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PD, 특히 방송국 PD들은 기획서를 작성하는 등 창작자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작권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송국은 이런 PD에게 월급으로 퉁 쳐버린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월급외에 돈을 더 받았지만 저작권 개념이 아닌 인센티브였다. 인센티브는 광고수익증가 등으로 인한 매출액 상승에 의한 것이었다.

남규홍 PD는 SBS에 소속됐을 때는 이를 포기했지만, 촌장엔터 대표로서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재방료도 못받는 제작사 대표인 남 PD는 이를 타개하고 싶었을 것이다. 예능 제작사를 차렸지만 자산이 축적되지 못하고, 인건비 따먹는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듯한 위기감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예능의 리얼리티화 추세가 강화되면서 크리에이터 개념은 더욱 흐려졌다. 리얼리티물은 기획 방향성이 정해지면 대부분은 출연자가 알아서 한다. 편집자는 편집으로 창의력(?)을 보여준다.

'나는 솔로' 대본을 보면 창의력이 별로 안보일 정도다. 동선 흐름 정도가 나와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부터 이미 대본이 필요 없어졌다. 2009년 리얼 버라이어티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유출 논란을 기억하실 거다. 리얼리티물에서 대본이 존재한다는 건 조작의 냄새가 난다고 받아들였다. '리얼'과 '대본'은 상충하는 개념처럼 돼버렸다.

그래서 남규홍 PD는 SBS '짝'에 이어 '나솔'에도 영숙, 순자, 옥순, 영철 등의 이름을 지어주고, 나무에 이름을 걸고두는 등 '표현방식'을 차별화하는 데 힘을 쏟은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포맷저작권이 법정에서 인정되기 어렵다. 포맷저작권이 아닌 어문저작권이 인정되는 추세다. 그러니 남 PD가 어문저작권에 관련된 작가 쪽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렇다 해도 포맷기획과 자막을 작가 영역으로 넣는 건 어색하다.

독립된 포맷기획만으로는 사실상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MBC '복면가왕'이 60개국 넘게 수출해 미국 지상파 폭스 TV 등 세계 유명 방송국들과 네트워킹이 형성됐지만, 그후 5년간 이렇다할 판매 실적이 없다. 포맷 강국이 됐다는 말은 허구다. '구해라 홈즈' 정도의 작은 안타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MBC 예능에서 내놓을만한 예능상품은 '나혼자 산다'인데, 이건 포맷시장에 나올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러니 남 PD도 작가(드라마에서는 배우)쪽으로 붙어야 저작권 확보를 기대할 수 있고, 재방료라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남규홍 PD는 '나는 솔로' 총괄 PD이자 촌장엔터의 대표다. 메인작가가 재방료를 모두 다 가져가고 후배작가에게 분배하지 않는 작가도 있다. 이는 메인작가 자신이 중요한 모든 걸 다 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고, 욕심의 발로일 수도 있다. 메인 작가가 50%를 가져가고 후배 작가들(세컨드, 서드, 막내)에게 50%를 내놓는 형태도 있다.

하지만 자막을 썼다고, 포맷을 만들었다고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재방료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눠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작가들이 PD 업무를 했다고 연출료를 달라고 하지 않는다. 예능 PD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작가에게 넘기는 경우를 몇차례 본 적이 있다.

'유퀴즈 온 더 블록'과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은 업무로 따지면 연출자에도 이름을 올려야 하고, 연출료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원칙대로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신만 원칙대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관행대로 하고 있는 것도 말이 안된다.

원칙대로 하다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걸로 작가와 PD(또는 제작자)가 갈등을 빚는다면 합리적인 솔루션이 나오기 힘들다. 왜냐하면 PD가 작가를 고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까다롭게 구는 작가를 고용하지 않는 PD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그러므로 남규홍 PD는 이 문제를 좀 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내가 떳떳한데 무슨 문제냐" "작가 업무를 했으니 이름 올리는 거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협의를 하는 게 어떨까.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과만 발표하지 말고 논의 과정을 거치라는 말이다. 이 문제는 저작권법이 개편되어도 완전히 해결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원론이 확보되어도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더욱 더 '슬기로운 PD 생활'.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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