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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돼지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하는 꿈의 기술.”
국내 장기이식 분야 대가로 알려진 대학병원 교수가 대표로 합류하며 기대감을 키웠던 회사가 있다.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꿈의 기술을 보유했다며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기술은 진전이 없고 회사 적자만 누적됐다. 결국 대표마저 회사를 떠났다. 주식 거래마저 정지된 지금, 남은 건 투자자들의 절망 뿐이다.
이종장기 개발 기업 제넨바이오는 지난 달 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인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에 지난 달 22일부터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52억원에 1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잇따른 유상증자로 현금을 확보 중이다.
이 와중에 경영권 분쟁까지 일고 있다. 회사는 원래 이 달 19일 개최하려던 임시주주총회를 5월로 연기했다. 최근 열린 이사회에 신한진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 임시주총에서는 신 대표 등 현 경영진을 해임하는 안건이 올라갈 예정인데 신 대표가 물러설 뜻을 내비치지 않아서다. 현 제넨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엠씨바이오가 만든 사모투자 합자회사다.
회사는 영업적자, 주식매매 거래 정지에 경영권 분쟁까지 악재가 겹치고 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전 대표[제넨바이오 홈페이지] |
이런 현실은 3~4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 2019년 대표로 합류한 김성주 전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등을 역임한 국내 대표 장기이식 분야 권위자였다. 김 대표가 합류한 뒤 회사는 2020년 복지부 첨단의료기술개발 국책과제에 선정됐다. 2022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돼지 췌장을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는 등 기대감이 높아졌다.
회사가 수행할 과제는 형질 전환한 무균 돼지의 췌장을 당뇨병 환자에 이식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종 이식은 인간 조직과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특수하게 개발된 동물의 조직이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제넨바이오는 인간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한 미니돼지를 키워 인간에게 이식시 면역 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를 변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이유로 인해 임상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그 시간동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지속됐고 자금 압박에 회사는 잇따라 유상증자 등을 실시하게 된다.
결국 임상이 진척되지 못하자 지난 해 연구개발을 총괄했던 김 대표가 퇴사했다. 김 대표와 합류했던 연구진 일부도 함께 회사를 떠났다. 이에 회사는 김 대표와 신 대표가 공동 대표를 하다 신 대표만 남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연구 개발 인력이 퇴사하면서 사실상 이종장기 연구는 중단됐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회사 재정 상황도 좋지 않아 새로운 연구진을 영입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넨바이오 주가 추이[네이버증권] |
회사는 지난 2020년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2만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주식거래 정지 당시 주가는 389원에 불과하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