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학생연구원이 이번에 성능을 개선해 새로 만든 촉매를 보여주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대표적 온실가스 메탄을 고부가 화학원료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본격 상용화에 청신호를 켰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용태·신정호 박사 연구팀이 메탄을 열분해를 통해 수소와 고부가 화학원료인 에틸렌, 방향족 화합물 등으로 직접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메탄은 석유화학공정과 셰일가스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가스로, 대부분 난방·발전용으로 사용되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저렴한 메탄을 에틸렌 등 비싼 화학원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 기술’은 중국이 2014년 사이언스 지에 논문을 발표한 이후 선도하고 있는 분야다. 김용태 박사 연구팀은 2019년 1000℃ 이상에서 작동하는 관련 메커니즘을 중국에 이어 처음으로 밝혀낸 바 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존 촉매 및 반응기의 개선을 통해, 반응온도를 낮출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이 기술은 강력한 온실가스이면서 저렴한 메탄을 활용, 청정 에너지인 수소와 고부가 화학 원료인 에틸렌을 병행 생산할 수 있고 탄화수소 생성물로 벤젠·나프탈렌 같은 방향족 화합물도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신정호 책임연구원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저장되어 있는 서버실에서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2019년에 비해 30% 낮은 온도와 부피로도 가능해 수소경제와 석유화학 산업의 경제성 개선이 기대되고, 실증 연구 후 양산 가능성이 전망된다.
이번 연구에는 인공지능이 활용됐다. 연구팀은 우선 600건 이상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벤치(bench) 규모 실험에 필요한 반응물, 생성물 조성 및 운전 조건 등 인자를 도출했다. 그리고 메타 휴리스틱스 방식의 머신러닝을 활용해 인자를 계속 변화시키며 최고의 반응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반응기 설계 방법을 예측했다.
그 결과 촉매 표면에서 수소 라디칼을 제공하는 다양한 물질들이 메탄 분해 성능 향상에 중요한 인자임을 찾아냈다.
또 촉매와 메탄 열분해가 동일 온도에서 적용되는 기존 기술을 벗어나, 촉매 반응과 메탄 열분해 두 가지 반응이 각각 다른 온도에서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머신러닝에서 찾아낸 두 반응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수소 라디칼의 최적 농도를 촉매에서 동일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반응기의 구조적 개선을 함으로써 가동 온도를 300℃ 낮췄다.
연구팀은 반응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최적의 반응기 구조 설계와 촉매 개선을 통해, 이산화탄소 부산물이 없는 비 산화 메탄 직접 전환을 하되, 탄소 찌꺼기는 덜 생기고 메탄이 C-H 구조로 분리되는 것은 촉진시켜 다양한 고부가 화합물로 변하는 효율을 높였다. 해당 성과는 에틸렌 생산 1일 0.15㎏ 규모로 1천 시간 동안 검증했으며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부생 메탄으로 검증도 완료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용태(오른쪽 두번째) 박사 연구팀.[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연구팀의 공정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저온에서 에틸렌의 수율을 30% 로 높이고, 생산되는 수소의 순도를 96% 이상으로 높인다면, 기존 에틸렌 가격보다 최대 2배 높은 경제성을 갖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후속연구는 2030년까지 에틸렌 생산량 100㎏의 파일롯 규모에서 1000시간 동안 운전하는 것이 목표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은 “기존 산화제를 이용한 직접 전환 기술에 비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어, 고부가 석유 화학원료 생산 및 수소 생산 분야 핵심 기술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칼 엔지니어링 저널’과 ‘퓨얼 프로세싱 테크놀로지’에 각각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