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해수 채광 기술 개발 착수
“세계 원전 6만년 가동, 45억t 매장”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우라늄 흡착제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의 20%에서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인공지능(AI)을 구현하기 위한 전산 설비가 전력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향후 전력 사용량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에너지는 간헐성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특히 오늘날 전력 생산에서 수력 다음으로 큰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재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원자력에너지 연료인 ‘우라늄’이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유한하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우라늄의 육상 매장량은 약 600만t으로 향후 약 100여 년 정도만 사용 가능한 양이다.
하지만 시야를 바다에 녹아 있는 해상 우라늄까지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다에는 육상 매장량의 약 800배에 가까운 약 45억t의 우라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현재 지구상의 440기의 원전을 적어도 약 6만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해상 우라늄은 매장량이 무한한 수준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아직 바다에서 추출한 우라늄으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얘기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생산 가격이다.
바다에서 우라닐(UO₂)의 탄산 착이온 형태로 존재하는 우라늄은 약 3.3ppb의 농도로 존재하는데 경제성을 맞추기 쉬운 농도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오르기 시작한 우라늄 가격이 20년 만에 파운드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수 우라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다에서 우라늄을 추출하기 위한 연구는 1980년대부터 영국·일본·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우라늄을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아미드옥심 작용기를 표면에 부착한 ‘유기 흡착제’에 관한 연구다.
최근에는 기존 섬유보다 비표면적이 큰 나노구조를 갖는 물질을 사용하여 아미드옥심 작용기의 총부착량을 증가시키거나 햇빛 또는 외부 전기장 등을 이용하여 아미드옥심 작용기의 우라늄에 대한 흡착속도를 증가시키는 등의 새로운 기술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정 교수는 “해수 우라늄 상용화를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앞으로 육상 자원은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수 우라늄 활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설 연구소인 한수원 중앙연구원도 국내 최초로 해수에 녹아 있는 우라늄 추출 기술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수원은 상용화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아미드옥심 작용기를 부착시키는 흡착제 제조 기술’ 상용화를 위한 프로젝트(해수용존자원 추출기술 상용화 1단계 과제)를 이달 착수할 예정이다.
또 우라늄 흡착제 개발에서 주요 성과를 도출한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과 우라늄 흡착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손욱 한수원 중앙연구원 방사선화학그룹부장은 “국내 원전 온배수 해역에서 시범 제작한 흡착제의 성능 평가를 통해 우라늄 추출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미국 오크리스 국립연구소와 국제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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