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제 레켐비[연합]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3000만원? 고칠 수만 있다면 아깝지 않다”
연 치료비가 3000만원 드는 약, 심지어 국내 승인도 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환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하는 약이 있다. 바로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식약처 산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레켐비를 구해달라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요청이 수 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는 희귀질환자가 국내에서 치료제를 구할 수 없을 때 해외 등에서 환자를 대신해 약을 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레켐비는 아직 식약처 허가 전이어서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약이다.
레켐비는 환자 뇌에 신경세포 기능을 방해하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것을 막아 치매 진행을 늦춰준다. 임상 결과 치매 환자의 뇌 기능 저하를 27%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7월 미국과 9월 일본, 그리고 올해 1월 중국에서 승인을 받아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해 6월 사용 승인 허가 신청 뒤 심사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승인 신청 후 허가까지 약 1년의 기간이 걸리는 만큼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 해 내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치매 환자[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치매 환자와 가족들로서는 하루하루가 급한 실정이다. 치매는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병이고 레켐비는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레켐비를 구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레켐비를 구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개발사에 문의했지만 아직 국내 수입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국내에서는 식약처 승인 뒤 정식 출시 과정을 거쳐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켐비가 국내에 출시되면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요청도 있다. 지난 달 국민동의청원에는 레켐비 승인시 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1300명이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정맥주사 형태인 레켐비는 환자가 2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는다. 이를 18개월간 지속해야 한다. 이에 따른 연 치료비는 일본 기준 약 3000만원으로 알려졌다.
레켐비가 국내에서 승인되면 첫 바이오의약품 치매치료제가 된다. 기존에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이 있었지만 임상 3상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미국 등에서 허가가 취소된 뒤 국내에서도 승인이 취소했다.
헤럴드DB |
업계 관계자는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가 늘면서 출시되면 벌써부터 사용하겠다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부작용없이 임상에서 만큼의 효과를 보인다면 엄청난 블록버스터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42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16.2% 성장해 2030년 156억달러(약 20조8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레켐비의 경우 2028년까지 매출이 88억달러(약 11조8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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