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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는 틱톡·日은 라인 “팔아라”...플랫폼 자국주의 점입가경
미국, 틱톡 강제법안 미국 연방 의회 통과
“플랫폼 주도권이 곧 미래 경쟁력” 방증
일본, 네이버 라인 지분 매각 압박 거세져
“日 최대 메신저 경영에 韓 기업 배제” 의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중국에 본사를 둔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1년 이내에 미국 기업에 앱을 판매하지 않을 경우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이 포함된 해외 원조 패키지에 서명했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아이폰 화면에 틱톡 앱이 표시된 모습. [AFP]

“외국 플랫폼 기업, 팔고 나가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 서비스의 ‘자국 우선 주의’가 극심해지고 있다. 미국은 틱톡, 일본은 라인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가하면서, 과도하게 자국 기업 지키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ICT 서비스의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외국 플랫폼 기업 퇴출에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플랫폼의 주도권을 차지하는 것이, 향후 국가의 미래 ICT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25일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4%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한 상황이다. 현재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A홀딩스 주식을 추가로 조금이라도 취득하면, 라인야후의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게 지분 매각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이유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라인야후는 서버 공격을 받아 라인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일본 정부는 정보 유출 문제를 조사한 결과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존 관계를 가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선책를 마련하되,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도 포함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소프트뱅크에게는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적인 관여를 보다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한 것이다. ‘사이버 보안’을 명분으로, 일본 최대 메신저 플랫폼 경영권에서 한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인은 매월 96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쓰는 일본 국민 메신저다.

[로이터]

정부가 민간 기업의 매각 여부에 깊게 관여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중국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강제로 매각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미국 연방 의회를 통과한데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틱톡 강제 매각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틱톡은 360일 이내에 중국 회사인 바이트댄스의 미국 사업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은 미국에서 퇴출된다. 추쇼우즈 틱톡 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직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안심하세요. 우리는 어디로도 가지 않습니다”라고 반발해 치열한 소송전을 예고했다.

한 정부가 외국 민간 기업의 퇴출과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것은, 치열해진 글로벌 ICT 시장에서도 흔하게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때문에 ICT업계에서는 정부가 민간 기업의 경영에 깊이 관여해서라도 기울어진 플랫폼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한 ICT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경영 간섭을 넘어 국가 간의 외교 문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그런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강하게 나서는 것은, 그만큼 플랫폼 패권 경쟁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많은 국가가 플랫폼 시장에서 한 번 주도권을 잃으면 판도를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익혔다”며 “유럽연합(EU) 등에서 애플, 구글 등 빅테크의 독과점을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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