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니켈·코발트 필요 없어
에너지밀도 40% 높인 양극 개발
우리나라와 캐나다 연구진이 니켈·코발트 같은 고가의 희귀금속 사용없이 리튬이온전지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KAIST는 서동화(사진)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리튬이온전지 양극의 핵심 광물인 값비싼 니켈·코발트 없이도 에너지밀도가 40% 향상된 고성능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양극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망간 기반의 양이온-무질서 암염(Disordered rock-salt·DRX) 양극재에 주목했다. DRX 양극재는 값싸고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 철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양극재 무게 기준 기존 상용화된 삼원계양극재(약 770Wh/㎏)보다 높은 에너지밀도(약 1000Wh/㎏)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 없이도 소재를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양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망간 기반 DRX 양극재의 경우 양극재 비율이 90% 이상인 전극으로 전지를 만들면 전지 성능이 매우 낮고 급격하게 열화되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DRX 양극재 연구자들은 양극재 비율을 70%로 낮춰 전극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 경우 전극 수준에서 삼원계(약 740Wh/㎏)보다 오히려 낮은 에너지밀도(약 700Wh/㎏)를 가지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무질서-암염 양극재 전극에서 다중벽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를 통해 개선된 전자 전도 네트워크와 전극 에너지밀도 [KAIST 제공] |
연구팀은 전극 내 망간 기반 DRX 양극재 비율이 높을수록 전자 전달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지 않고, 충·방전 간 부피 변화율이 높을수록 충·방전 동안 네트워크 붕괴가 잘 일어나 전지의 저항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성능 차세대 양극재를 사용하더라도 저항이 크게 걸려 전지가 제 성능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망간 기반 DRX 전극 제조 시 다중벽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여 DRX 양극재의 낮은 전자전도도를 보완하고 충·방전 간 부피 변화를 견딜 수 있게 되어 전극 내 양극재의 비율을 96%까지 끌어올리더라도 전자 전달 네트워크와 전지 성능이 열화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니켈·코발트 없이 전극 무게 기준 약 1050Wh/㎏의 높은 에너지밀도를 보이는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양극을 개발했다. 이는 리튬이온전지 양극 중 세계 최고 수준이며, 상용 삼원계 양극 대비 에너지밀도가 40% 향상된 수준이다.
서 교수는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니켈·코발트 광물이 필요 없는 차세대 양극 개발 시 자원 무기화에 대비할 수 있고 리튬 인산철 양극 주도의 저가 이차전지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에너지 및 환경과학’ 3월 27일자에 온라인 공개됐다. 같은 학술지 6월호에는 표지 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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