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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FTA 주역’ 김현종, 트럼프 재집권 대비 美서 동분서주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 등 주요 키맨 인사들과 회동
한미FTA 개정협상 인연…라이트하이저 ‘마음에 들었다” 호감 표현
트럼프 장녀인 이방카 전 백악관 보좌관과도 친분 쌓아
김현종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엑스 캡쳐화면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인 김현종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대비해 미국에서 키맨들을 만나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트럼프 2기 통상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께부터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본인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 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라이트하이저 전 USTR(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났다. 중국 등에 관세 부과,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멕시코산 전기차 등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USTR 대표를 지낸 인물로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를 설계했다. 지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경제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에서 재무부 장관 등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김 전 본부장은 “(라이트하이저는) ‘76세인데 디테일을 어떻게 아느냐’ 질문에 ‘매일 공부한다’고 한다. 역시 글래디에이터는 매일 칼을 갈고 있었다”고 말했다. 글래디에이터는 로마시대 검투사로 김 전 본부장이 자신을 종종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결국, 2017~2019년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양국 글래디에이터로 마주 앉았던 김 전 본부장와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가 오랫만에 친구가 돼 만난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본인의 저서에 김현종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메시지를 적어 보여주고 있다.[김 전 본부장 엑스 사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아 한미 FTA 개정을 요구했으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우리나라를 강하게 압박했다. 김 전 본부장은 통상 수장으로서 미국과 협상을 총괄했고, 라이트하이저가 그의 상대였다. 김 전 본부장은 ‘국익을 위해 양보없이 싸워라’는 신념을 갖고 협상을 치열하게 임했지만 그 과정에서 친분을 쌓아 지금까지도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본부장은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유예 대상국 중 가장 먼저 국가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철강기업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한 바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작년에 발간한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에서 우리나라와 협상 일화를 소개하면서 김 전 본부장에 대해 “난 그가 마음에 들었다(I liked him)”며 호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본부장에 대해 “그는 보통 방에 있는 누구보다 미국 스포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며 “그의 이미지(persona)를 미국인으로 표현하자면 뉴요커(New Yorker)였다”고 평했다.

김 전 본부장은 9살때인 1968년부터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외국 생활을 시작해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생활을 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한 대화로 협상 상대와 친분을 쌓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5일에는 뉴욕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을 만나 한미 경제협력과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엑스에서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래리 커들로와 식사했다. 트럼프 재집권시 국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과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종(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18년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펠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문’ 서명식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념촬영은 이방카 보좌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헤럴드경제DB]

김 전 본부장 한 측근은 “김 전 본부장이 혼자 미국 동서부를 왔다갔다하면서 트럼프 키맨들을 만나고 있다”면서 “이는 대한민국을 위해 본인이 무엇가를 하겠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돼 한·미 FTA 협상과 재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장녀인 이방카 당시 백악관 보좌관과도 기념촬영을 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또 2019년 7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반도체 주요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을 당시, 국내 소재·부품·장비 핵심 품목의 자립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지난해 7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 당시에는 미국이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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