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일상 발화 빅데이터 구축
100명 실증, 6명 경도인지장애 선별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원이 경기 안산 상록구노인복지관 어르신을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 조기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
국내 연구진이 노년층의 일상생활 대화 분석을 통해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치매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최근 발표한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은 국내 치매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 2030년 136만명, 2050년 30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박영진 한국전기연구원(KERI) 박사 연구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노년층의 일상생활 발화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AI 기반 퇴행성 뇌기능 저하 평가 기술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단에는 전기연이 총괄기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서울대병원·이화여대가 공동연구기관과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8일 전기연에 따르면 연구팀은 ‘노인 친화형 발화(發話) 데이터 수집 기기’를 개발, 여기서 정보 빅데이터(발화, 청각인지 뇌파, 청력)를 수집한 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경도인지장애 고위험 노인을 선별·모니터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고위험군 선별·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65세 이상 정상인의 치매 발생이 매년 1~2%인 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10~15%이기 때문이다. 6년 장기 추적까지 간다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80%가 치매에 걸리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술의 목표는 편리함과 정확성이다. 가볍게 보청기 같은 기기를 착용하고, 신경인지기능 검사기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된다. 사업단은 이 앱을 통해 일상생활 환경에서 주로 활용되는 발화 패러다임을 분석하여 평균 20회 정도의 대화 턴(turn) 발화 정보만으로도 80% 이상의 정확성(민감도)으로 퇴행성 뇌기능 저하 고위험군을 선별한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경기 안산 상록구노인복지관을 포함한 지역사회 어르신 약 100명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 현재까지 6명의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7명의 의심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8월까지 추가로 150명의 복지관 어르신에 대한 실증을 통해 안산 거주 노인의 헬스케어 지원과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실증을 희망하는 지자체를 발굴하여 대상 범위를 1000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박영진 박사는 “치매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시기를 1년만 앞당겨도 1인당 수천만 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천문학적인 국가적·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집에서 편리하게 짧은 시간 검사 참여로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 선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