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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결혼 10년차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진지하게 ‘수면이혼’을 고민 중이다.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보는 습관으로 말다툼을 겪은 이후부터다.
그는 “휴대폰 불빛 때문에 잠 못 자겠다며 밤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하더라”며 “이해는 되지만, 하루 중 가장 편하게 쉬는 시간인데 쉽게 양보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수면이혼이 유행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A씨처럼 습관 차가 이유이기도 하고, 덥거나 춥거나 부부가 서로 원하는 침실 온도 차가 크다는 이유도 있다. 출퇴근 시간이 달라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심각한 코골이도 빠지지 않는 수면이혼 사유다.
공통적인 문제는 바로 숙면. 특히 최근 들어 숙면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면서 부부 관계에서도 숙면을 취할 방안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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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숙면이 부부 건강 및 관계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행동의학 연구소가 정신신경내분비학(Psychoneuroendocrin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충분한 수면을 취한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스트레스 관련 염증 수치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43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몇 시간을 잤는지 묻고 혈액을 채취한 후 결혼 생활과 관련된 민감한 토론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혈액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부가 7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할 때 부부는 더 적대적인 논쟁이 될 가능성이 커졌고, 수면시간이 1시간 줄어들 때마다 염증지표 수치가 6%씩 증가했다.
연구 책임자인 재니스 키콜트 글레이저(Janice Kiecolt Glaser) 박사는 “결혼 생활에서 수면이 문제가 될 경우가 많고, 한 사람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수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니스 키콜트 글레이저 박사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홈페이지] |
이어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부부 건강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같이 염증 수치가 증가하면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심혈관병, 관절염 등을 일으킬 위험도 커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수면이혼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WSJ는 실제 수면이혼 중인 한 부부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호텔에선 숙면을 취하지만 집에서 함께 잘 땐 제대로 못 자곤 했다”며 “코골이나 잠버릇 때문에 아침에 화를 내며 깨우게 됐고, 부부관계에도 균열을 내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면이혼 이후엔 오히려 부부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실제 미국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부부 중 35%가 수면이혼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