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유튜브 등 사업자에 규제 의무 부여 법안 발의
유튜브에 명예훼손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은 이를 무기로 타인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123rf]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가짜뉴스’의 시대다. 디지털 시대 가짜뉴스의 전파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 문제는 사실관계를 따질 ‘필터링’ 기능이 부재할 때다. 최종 가짜뉴스로 판명돼 회복 작업이 이뤄지더라도 사람들의 인식까지 바꾸진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첫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른바 ‘초두효과’다. 최근엔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이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채널이다. 다만 유튜브는 미국 IT 기업 구글 소유로 ‘가짜뉴스’ 대응에 소극적이란 비판도 있다.
17일 경찰청이 집계한 온라인 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2만9258건으로, 10년전인 지난 2014년 보다 229% 늘었다. ‘사이버 범죄’ 분류에 포함되는 10개 세부 유형 가운데 사이버 사기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허위정보, 가짜뉴스 등이 유포되고 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던 지난 10년간의 통계다.
최근엔 ‘돈벌이’를 좇아 허위·비방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거짓 정보나 비방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유통하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Cyber-wrecker)’들이 제작 주체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다방면으로 활용된다. 일차적으론 콘텐츠 자체 조회수를 올려 수익(광고·후원 등)을 올리고, 뒤에선 ‘알리겠다’고 당사자를 협박해 뒷돈을 뜯어낸다. 사생활을 폭로하겠다 협박하며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에게 돈을 요구한 구제역(이준희), 주작 감별사(전국진) 등이 대표적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형법상의 명예훼손과 구분하고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호명된다. 정보통신망법은 사람을 비방하고자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온라인 특성상 파급력은 강력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도 걷잡을 수 없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현실적으로 재판을 통해 정해지는 형량은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사이버렉카의 무분별한 가짜·폭로 영상의 생산 및 확산을 막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도덕이 무너진 유튜브 아노미 상태”라며 “유튜브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혐오를 부추겨 돈을 벌었을 경우 이를 환수한다든지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 들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에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네이버와 유튜브 등에 가짜뉴스 방지의무를 부여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 의무 및 책임자 지정의무 부여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에 허위조작정보 포함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권리 침해 시 누구든 해당 정보의 삭제 및 반박 권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돈벌이 목적의 악의적 콘텐츠 제작 유포자에 대해선 명예훼손·모욕죄를 넘어서 이를 ‘수익형 경제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통상 온라인 명예훼손은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더라도 대개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데 공갈이 포함된 경제 사건으로 중히 다뤄지면 징역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최근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적극 구속 수사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SNS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모니터링과 규율이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것과 동시에 악의적이고 시급한 처리가 요구되는 건에 대해선 경찰과 사업자들의 긴밀한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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