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효능 한약재 복합 처방 규명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이상훈(사진) 한의약데이터부 박사 연구팀이 한의학에서 효능이 유사한 한약을 함께 처방하는 이유가 약물의 대사 경로를 증가시키고 새로운 대사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상승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한의학은 단일 한약재를 사용하기보다 서로 다른 여러 한약재를 섞어서 치료하는 ‘처방’이 발달해 왔다. 특히 인삼과 황기처럼 약효가 유사한 한약재를 함께 처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
연구팀은 삼계탕 재료로 일반들에게 잘 알려진 인삼과 황기가 왜 자주 함께 쓰이는지, 그리고 함께 썼을 때 단일 약재의 양을 단순히 두 배로 넣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암(癌)성 피로 증상을 중심으로 인삼과 황기가 인체 내의 생물학적 대사경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비교하고, 한약을 복용할 때 우리 몸 안에서 활성화되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예측하며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인삼이나 황기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인삼과 황기를 함께 사용할 때 단백질 간 상호작용이 1.38배 더 풍부해지고, 더 나아가 2개의 단백질과 89개의 새로운 상호작용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한 종류의 한약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유사한 효과를 가진 한약재를 혼합했을 때 더 다양한 대사 경로를 통해 안정적이고 보다 효과적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인삼이나 황기를 단독 복용할 때 활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 HIF-1α(저산소증 유도인자)가 두 한약재를 혼합할 때에는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박사는 “HIF-1α의 활성 증가는 피로개선이나 신경세포 보호 등에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개별 사용 시 갖고 있던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감소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한약재의 약효는 단순한 한두 개의 기전으로 설명되지 않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암환자는 삼계탕에서 인삼과 황기 중 하나만 넣는 것도 한 번쯤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항바이러스·약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에 지난 6월 15일자로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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