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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인플루언서’이사배의 진정성이 어떻게 통했을까?[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무려 77인의 인플루언서, 그중에는 톱티어들이 적지 않아, 이들을 한꺼번에 모아놓으니 다채로운 재미가 생겼다.

하지만 팬덤 총합이 1억 2천만에 달하는 톱티어 인플루언서들을 그냥 모아놓는다고 훌륭한 콘텐츠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몸값, 영향력, 전략 또는 운, 시선, 증명, 올인 등의 소주제로 나눠 서바이벌을 진행시켜 재미를 만들어냈다.

'더 인플루언서'는 저마다 다른 플랫폼, 장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한데 모여, 동일한 미션을 받아 경쟁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초중반까지 재미를 유지하다가 종반이 초중반보다 오히려 재미가 덜하다. 소위 '쪼우는 맛'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게다가 우승 사실을 사전에 누설한 유튜버 오킹이 비밀 유지 의무를 저버려 상금 3억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감상포인트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배우 장근석은 젊은 세대와 디지털 문법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 중간 탈락됐음에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도 비슷한 맥락이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즉각적이고 솔직한 소통의 매력과, 진용진이 느긋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어도 결정적일 때, 기획, 전략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 실체를 좀 더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장지수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선전하는 이유를 알만했다. 장지수에게서는 '허세를 가미해 맨땅에 헤딩하는 방법'을 배웠다.

가슴부위를 특히 강조하는 마이부와 표은지가 노출을 주무기로 했지만, 한번은 통했고, 그 다음은 가차없이 냉정한 반응이 나왔다는 것도 재밌는 현상이다. 그래서 시청자들과 구독자들은 무섭다. 팔을 과도하게 사용하며 비주얼 전달을 위주로 하는 과즙세연도 소통력이 부족하다 보니 끝까지 갈 수 없었다.

뽀구미도 자신의 영역내에서 특기를 발휘했다. 스스로 망가지기도 하고 둘리 여친인 공실이 분장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케지민이 틱톡 팔로워 수가 1000만명이 넘어도 소통력, 스토리텔링에서는 불리했다.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발견과 성과는 팔로워 225만의 ‘K-뷰티 유튜버’ 이사배다. 1세대 뷰티 크리에이터로 한물가기는커녕 왜 그녀가 8년간 계속 상위에 랭크되며 사랑받고 있는지를 알게했다.

'더 인플루언서'의 라운드별 미션 자체가 시간을 정해놓고, 그안에서 관심도와 영향력, 존재감을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어그로'를 끌 수밖에 밖에 없고 다들 도파민에 절어있는데,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진다.

흔히 디지털 세상이 그런 곳이라고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사배는 이처럼 삭막한 공간에서 진정성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커버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테크닉만 구독자에게 전수했다면 이런 일이 나올 수 없다.

1세대 크리에이터 이사배는 젊고 참신한 크리에이터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불안해했다. 모든 게 빨리 변하고 세대교체도 그만큼 빠른 디지털 세상에서 이사배는 구세대에 속한다. 그는 '싫어요'를 누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냉혹한 서바이벌 세계에 대한 적응부족(?)으로 오랜 시간 시청자를 잡아둔데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진짜였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진정성이 어필됐다. 디지털 세상에서 빛을 발한 아날로그의 모습이었다. 손수정 PD도 이사배를 보자마자 '맑눈광'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렇게 이사배는 시청자(우리 꼼화 아가씨, 도련님)에게 신뢰를 구축한 후 내용 전달로 들어갔다. '꼼화 아가씨, 도련님'들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사배는 젊고 섹시한 후배 크리에이터들이 노출로 승부해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오히려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이사배는 전략적으로도 훌륭했다.

이사배가 인사이트 배틀에 나서 '여성 시청자의 비율이 더 높은 콘텐츠는? 2600만원 하울 신발 VS 웨딩드레스'이라는 질문을 통과해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할 때는 이사배의 엄청난 분석력이 잘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팝업스테이지에서 인기스타 댄서 아이키를 초청한 것도 좋았지만, 아이키가 춤을 추고, 이사배가 랩을 할때 깜짝 놀랐다. 제법 수준있는 래퍼 처럼 노래했다. 연습할 때의 피눈물이 보였다. 아이키에 묻어가는 전략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사배가 마지막에 "제 소신을 지키는 인플루언서가 되겠습니다"라는 말뜻이 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자칫 추상적일 수도 있는 이 말의 힘이 느껴졌다. 그게 이.사.배.였다.

친구맺기는 아날로그 세상에도 있지만 SNS에서도 있다. 양쪽 세계의 친구맺기와 끊기가 조금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이사배를 보면서 디지털 세계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 교류, 같이 논다는 것의 의미 같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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