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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다시 돌아온 ‘파친코’ 시즌2 “日 대사 많으면 시즌3 안해…구구단 외듯이 외워”
애플TV ‘파친코’ 시즌3 24일 공개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정은채, 김성규
'파친코'에 출연하는 이민호 김민하 윤여정 김성규 정은채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74세, 늙은 선자.’

배우 윤여정에게 찾아온 ‘파친코’ 속 캐릭터에 대한 단 한 줄의 설명이었다. 그는 “74세면 나와 딱 맞는 나이이니 할 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936년을 배경으로 출발한 시즌1 당시 윤여정은 출연 분량은 의외로 적었다. 영화 ‘미나리’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기 직전 공개된 드라마였던 탓에 그는 애플TV 시리즈의 간판 배우로 소개됐기에 당시 시청자들의 의아함도 적지 않았다.

윤여정은 그러나 “사실 제 나이쯤 되면, 등장 횟수는 적으면 적을수록 더 좋다. 조그마한 역할을 좋아한다”며 “소설도 읽어봤고 할 만한 역할이겠거니 싶었다”고 말했다.

윤여정과 ‘파친코’가 다시 돌아왔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해방 전후 한반도를 떠나 일본과 미국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2는 1945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파친코’는 혼란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강인한 한국인 여성 선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다. 젊은 선자는 배우 김민하가, 선자의 남편인 한수는 이민호가 맡았다. 2차 세계대전의 위협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가족을 지키려 애쓰는 선자의 이야기, 1989년 도쿄를 배경으로 벼랑 끝에 몰린 선자의 손주 솔로몬(진하)의 이야기도 엮었다.

윤여정은 23일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를 통해 역사 시간에 배운 것 이외의 것들을 배우게 됐다”고 돌아봤다.

윤여정의 최근 몇 년새의 필모그라피엔 굴곡진 한국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이 새겨졌다. 그는 “한국인이니 한국인 연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상상을 통해 역할에 충실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파친코’의 선자는 강인한 아내이자 엄마이며 할머니다. 윤여정은 “이 여자는 못 배웠고 가난했지만 천박하게 살지 않았다”며 “그런 강인한 여자를 표현하게 돼서 좋았다”고 했다.

이 작품이 윤여정에겐 그가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윤여정은 “아들로 나오는 배우 소지 아라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소지 아라이가 자이니치(일본에서 재일 한국인 혹은 조선인을 부르는 말)인데, 그를 통해 자이니치의 삶을 들으며 많이 울었다. 우리가 그들의 삶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다. 역사의 뒷이야기, 실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척 감사했다. 드라마를 찍는 동안 많이 듣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민호 역시 “역사적 소명과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을 선자와 함께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며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엔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아주 사적인 이야기부터 역사적 사건과 순간까지 접하고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엔 다양한 언어가 나온다.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 영어까지 여러 언어가 섞인다. 윤여정은 “손자 솔로몬 역할의 진하는 일본어를 못하는데도 일본어 대사를 다 해냈다”며 “나한테도 시즌2에서 일본어 대사를 많이 줬다. 그런데 걔(진하)랑 다르게 나는 늙은 사람이다. 지금 걸어 다니는 것도 용한 거고, 내 친구들은 다 집에 누워있다”며 일본어 대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언어를 연구할 새가 없었다. 감정을 표현하려면 언어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는데 구구단을 외듯이 그저 달달 외워 일본어 대사를 했다”며 “너무 끔찍했다. 시즌3에서도 일본어 대사가 많으면 난 안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민호 역시 “현장에 가면 왼쪽에선 일어, 오른쪽에선 영어, 정면에선 한국어가 들렸다”며 “이렇게 정체성을 잃도록 하는 것이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현장 노하우인가 싶었을 정도였다. 어떤 언어를 하느냐에 따라 그 언어의 감성과 문화를 따르게 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8부작인 ‘파친코’ 시즌2는 23일을 시작으로 10월 11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한 부씩 공개될 예정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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