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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또 쌓였지?” 냉장고 골칫거리…일회용 반찬통 쓰레기 ‘한 가득’ [지구, 뭐래?]
냉장고에 쌓인 배달 반찬통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일단 냉장고에 다 넣어요. 근데 결국 못 먹고 버릴 때가 많죠”

서울 종로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홍모(28) 씨의 고민은 남은 배달 음식 처치. 주로 문제가 되는 건 쌈장이나 소스, 김치나 단무지 등 기본 반찬이다.

삼겹살이나 돈가스 등 요리는 바로 바닥을 비우지만 함께 받는 반찬류는 한 번에 다 먹기 많아서다. 간혹 회나 족발처럼 반찬 가짓수가 많은 요리를 시킬 때면 손도 대지 못한 반찬들이 그대로 냉장고로 직행한다.

배달 음식에서 나오는 일회용품들 [독자 제공]

아까워 당장 버리지 않지만, 결국 냉장고에 쌓이고, 또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이 반찬통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늘리는 복병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쓰레기 가짓수를 늘린다.

특히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는 선별장 체계 상 크기가 작은 일회용 반찬통들은 재활용되기 어렵다. 색도 진한 데다 걸쭉한 내용물을 비워내기 번거로워 통째로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간단하면서 확실한 해결책은 반찬은 받지 않는 거다. 다 먹지 못하는 반찬을 ‘사양’하는 것만으로도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배달 업계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피자, 떡볶이 등을 배달 주문한 모습 [헤럴드DB]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에서 이달 낸 ‘국내 음식 배달 용기의 소비발자국 산정과 전과정평가 연구’(송하균)에 따르면 음식 1인분 당 평균 7.39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가 사용된다.

이는 연구진이 국내 음식 배달 앱 중 상위 2개 업체를 통해 170개 음식 업체를 분석한 결과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분식, 기타 등 6개 업종별로 20개 이상 업체에서 배달해 용기·뚜껑·비닐·숟가락·포장 비닐 등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의 개수를 셌다.

이중 일식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가 평균 9.48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기타 8.33개, 한식 8.12개, 양식 6.77개, 중식 6.15개, 분식 5.90개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식과 한식 업체에서 대부분은 메인 음식 외 밑반찬과 소스류 등 부수적인 음식이 타 음식 업종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음식 업종별 1인분 배달 시 소비되는 배달 용기 개수 (단위: 개/1인분) [국내 음식 배달 용기의 소비발자국 산정과 전과정평가 연구 발췌]

그렇다면 음식 배달로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연간 120억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음식 업종별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개수에 업종별 주문 비율(KT 빅데이터 플랫폼, 3월 기준)을 적용한 결과, 1년에 한 사람이 음식 배달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약 394개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국내 음식 배달 소비 인원 3048만 명으로 환산하면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약 120억 개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많은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1인분 음식 배달 시 약 3.4개의 플라스틱 용기를 소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약 7.4개를 사용한다. 연구진은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 용기 폐기물이 타 국가에 비해 최소 약 1.24배에서 최대 약 1.38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공동주택 쓰레기 배출장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주소현 기자

배달로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워낙 많은 만큼 불필요한 포장재부터 줄여야 한다. 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게 반찬이다. 음식을 직접 담지 않는 숟가락, 젓가락을 받지 않듯이 비교적 손이 덜 가는 반찬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려 반찬을 받지 않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의 경우 지난 2021년 말부터 ‘먹지 않는 반찬 안 받기’ 기능을 도입했다. 불필요한 음식 쓰레기와 작은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 간 반찬을 받지 않은 소비자가 누적 740만 여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감축한 탄소배출량이 지난해에만 2374톤CO₂eq으로 자체 추산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약 36만 그루를 심는 것과 비슷한 수치다.

[배달의민족 주문 화면 캡처]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회용기를 생산하고, 운반하고 세척하는 과정까지 감안하더라도 기후변화 완화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다회용기를 취급하는 배달 음식점은 많지 않다. 배달의민족은 다회용기 배달을 서울과 경기, 인천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취급 음식점 수를 밝히지 않았다. 배달업계에서 처음으로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한 요기요에서는 722개 음식점(2023년 6월 기준)에서 다회용기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국내 음식 배달 산업에서 소비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정량적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스테인리스 다회용기의 주문 비율을 20%로 높이면 일회용기만 사용하는 것보다 16~18% 탄소발자국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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