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말 아껴…“민생 은 많은 부분 실질적 합의”
주도권 탈환-수성 안간힘…“추가 만남 미지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김진·박상현 기자] “아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회담.”(국민의힘 중진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첫 회담이 원론적 입장만 확인한 채 종료된 가운데 양당은 각자 논리로 “선전했다”고 합리화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합의문 내용을 조목조목 부연하며 전날 놓친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데 힘썼다. 반면 이 대표는 추가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주도권을 놓치 않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대표 회담 합의문 8개 조항을 일일이 부연했다. 앞서 양당은 ▷민생공통공약추진 기구 운영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검토 ▷추석연휴 응급의료체계 구축 ▷미래산업 육성 ▷가계-소상공인 부채 완화 지원 검토 ▷저출생 대책 신속 추진 ▷딥페이크 성범죄 대책 추진 ▷지구당 부활 등을 발표했다.
한 대표는 전날 현장에서 반박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준비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대표는 “우리 대통령께서 계엄을 준비하신다는 것이냐. 우리도 모르게 대통령께서 계엄을 준비하신다는 것이냐. 만약 그렇다면 근거를 제시해달라”며 “11년 만의 여야 당대표 회담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 정도면 민주당이 우리 모두를 설득할 근거를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문란 아니냐”며 “제가 어제 법률 판례로 형성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 남용 제한 문제를 법률로 (규정)하자는 말씀을 드렸다. 이 상황만 봐도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께서 충분히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뒤늦은 설명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말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여야 당대표 회담 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여의도 대통령(이재명)의 한판승’ 아니냐”며 “여당 대표로서 아무런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당 관계자는 “11년 만에 여야 당대표 회담을 재개한 것은 의의가 있지만 핵심 주제와 관련해 민주당의 요구가 다수 관철됐다는 점에서 ‘이재명의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며 “한 대표의 결정권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회담 직후 당 지도부에서도 회담 주도권을 얻지 못했다는 자성이 빗발쳤다. 지도부 관계자는 합의문 발표 후 “당초 이 대표가 약속된 발언시간 10분을 훨씬 넘긴 18분동안 발언을 할 줄 몰랐다”며 “심지어 이 대표의 발언 대부분이 한 대표를 넘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는 발언 뿐이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당초 회담 시간이었던 오후 2시보다 5분 일찍 도착해 한 대표를 맞이하는 모습도 민주당 측에서 의도한 연출이었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향후에도 ▷민생 의제와 ▷이재명 사법리스크 ‘투트랙’으로 민주당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이 이르면 오는 10월 열리는 것을 고려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10월이 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부각될텐데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 대표의 민주당과 본인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이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세세한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들에 대해 실질적 합의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서 입법을 하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데에서 상당히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각종 조치들 또는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 또 가계부채 완화를 위한 조치 등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입법적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15분 동안 전날 회담을 추가 설명한 한 대표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전날 약속된 시간의 두 배 가량을 사용하며 국민의힘의 아픈 곳을 찔렀다. 표면적으로는 한 대표를 겨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윤석열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시작하자마자 의대정원 증원을 언급했고 “한 대표께서도 전국민을 상대로 (제3자 특검법을) 공언했다. 저는 이것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꼬았다. 윤석열 정부가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복지 정책이 아닌 경제 정책으로 표현하면서도 “굳이 차등 지원, 선별 지원을 하겠다면 저희가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 적정선에서 협의해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반복된 거부권 행사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한 대표께서 ‘그러라고 (당원) 63%가 저를 지지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맞는 말씀”이라며 “정치는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하나 기대되는 것은 ‘내가 내는 대안만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며 “정말로 옳은 태도다. 이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겸손일 수도 있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일 수도 있고 대안을 찾아내기 위한 능력일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상대했던 이 대표의 입장에서 한 대표는 대화의 대상이 될 수 없지 않겠냐”며 “여의도를 넘어 용산을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해서 한 대표를 자극해 여권 내 분열을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 이견을 드러내는, 민주당과 어느 정도 접점이 보이는 안건에 집중해 여권 내 분열을 지속시키고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은 전날 회담 시작 전 양당 대표 회담의 정례화 논의도 합의문에 게재하기로 협의했으나 결과적으로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비공개 회담에서 여야가 뚜렷한 합의에 이른 의제가 없었고 이 대표가 한 대표의 정치개혁안을 사실상 거절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많은 부분 논의가 진전됐다지만 이견만 확인한 사안이 대부분”이라며 “올해 안에 추가 만남이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9월 국회에서도 여야 정쟁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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