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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레이 키즈와 데이식스, ‘과도기’ JYP의 현재와 미래 (3) [K-컬처 위닝스토리]
K-팝 계 ‘조용한 강자’ JYP의 미래
위태로운 승부 뒤엎을 회심의 카드
K-팝 현지화 전략과 다양한 신사업
스키즈ㆍ데이식스ㆍ엔믹스의 반전

트와이스 LA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엘리트 딴따라’ 박진영, K-팝 최초의 ‘국민그룹’ G.O.D, K-팝 최초로 미국 투어를 연 ‘글로벌 팝스타’ 비, ‘국민적 신드롬’을 만든 원더걸스, 3세대 대표 주자로 일본에선 ‘문화현상’을 만들고, 미국에선 K-팝 걸그룹 최초의 기록을 세운 트와이스, ‘명실상부’ 글로벌 톱티어 스트레이 키즈….

시기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K-팝 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족적을 남겼고,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트렌드를 만들고 이끌었다. K-팝의 새로운 동력이 될 중요한 모멘텀도 제시했다. 하지만 JYP의 행보는 늘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찬란한 성공이 오기 전엔 위기와 실패가 먼저 왔다. 지금도 그렇다. 엔터주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불과 1년 전이었던 2023년 7월 25일만 해도 사상 최고가인 14만 6600원을 기록했던 JYP의 주가는 3분이 1 토막이 났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와 같은 월드와이드급 그룹을 보유한 JYP는 음악에 집중해 혁신적 시도를 많이 해온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며 “건실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K-팝 산업을 이끌고 있지만, 지금은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위태로운 승부 때마다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JYP엔 ‘회심의 카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판세를 바꿀 묘안이 늘 존재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비춰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IP와 K-팝 현지화. K-팝 넘어 트로트…JYP의 신성장 동력

엔터테인먼트사에 있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슈퍼 IP(지적 재산권)’는 그것 자체로 대형 자산이다. JYP가 ‘슈퍼 IP’와 이들의 탄탄한 코어팬을 이어줄 ‘팬덤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JYP360(JYP 쓰리씩스티)를 통해 MD, 유통, 팬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4년 반기 기준 매출액은 약 300억원이었다.

JYP의 ‘360도 비즈니스’는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막강하고 강력한 K-팝 IP를 활용해 모든 분야로 적용,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불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니지먼트의 매출 비중 확대와 아티스트 활동 부재, 제조 원가의 상승은 JYP360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주요 IP 확보와 개발과 IP 사업 다각화는 엔터테인먼트사의 주요 먹거리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JYP가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은 2018년 발표한 ‘JYP 2.0’ 프로젝트에서 언급한 K-팝 현지화 3단계 전략이다. 1단계는 한국 콘텐츠의 수출, 2단계는 해외 멤버를 영입한 K-팝 그룹의 제작, 3단계는 해외 인재를 발굴, 육성해 현지화 그룹을 제작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2022년이었다. 당시 JYP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JYP USA 설립, 올해 비춰(VCHA)를 세상에 내놨다. 비춰 발굴 오디션인 미국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A2K(America2Korea, 아메리카 투 코리아)’이 공개되자 JYP 주가는 연일 상종가를 기록했다.

북미에 이어 출사표를 던진 시장은 전 세계 최대 음악 청취 시장인 남미다. JYP는 올 3분기 JYP 라틴 아메리카(JYP Latin America)를 설립 계획을 밝혔다. JYP 남미 법인의 첫 프로젝트는 오디션 프로그램 ‘L2K(LatinAmerica2Korea·라틴 아메리카 투 코리아)’. K-팝 시스템으로 현지화한 라틴 걸그룹 제작에 본격적인 닻을 올린다.

신인 그룹들의 꾸준한 데뷔도 JYP의 신성장 동력이다. JYP에선 올 하반기 신인 아티스트 데뷔로 반전을 꾀한다. 라우드와 프로젝트C를 비롯해 최근 설립한 자회사 이닛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선보일 아티스트들이다. 이닛은 박진영 프로듀서와 KBS가 손 잡고 진행할 새 예능 ‘더 딴따라’를 통해 발굴하는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JYP의 자회사다. “기존 매니지먼트 노하우를 살려 아이돌 기반 아티스트 장르 이외에 다양한 아티스트 장르로의 확장 목표”를 가지고 있다. k-팝은 물론 트로트, 발라드, 알앤비(R&B)를 아우른다.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의 딜레마…스트레이 키즈와 데이식스가 미래

‘혁신’은 ‘딜레마’였다.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도 꾸준히 활동 중인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 체제’에서 JYP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대중성’으로 집약된다.

소위 ‘박진영 스타일’로 버무려진 한국음악과 미국 감성의 조화, 누구라도 따라하는 ‘포인트 안무’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따라 추고, 따라 부르는 음악’은 JYP의 장기였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박진영의 ‘1인 프로듀서’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다. 주요 엔터4사(SM, JYP, YG, 하이브) 중 JYP는 유독 빨랐다.

2018년 소위 ‘JYP 2.0’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했다. 총 5개의 본부(아티스트 1본부, 2본부, 3본부, 4본부, 스튜디오J)를 두고 각 본부에서 소수의 그룹을 맡아 총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그러자 각 아티스트마다 밀도 높은 ‘성장 케어’가 가능해졌다. 음악적 성과도 두드러졌다. 그 무렵 우스갯소리처럼 “박진영이 만들지 않아야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큰 성공 사례는 박진영의 노래로 데뷔하지 않은 첫 그룹 트와이스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5개 앨범 연속 1위에 오른 스트레이 키즈다. 물론 이후 트와이스는 박진영과 협업하며 굵직한 히트곡을 여럿 냈다.

반면 엔믹스와 그 이후 데뷔한 그룹은 여전히 아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JYP의 현재를 ‘과도기’로 보는 이유다. 4세대 K-팝 그룹 중에서도 압도적인 가창력을 가진 실력파 그룹 엔믹스는 비슷한 시기 데뷔한 아이브 뉴진스만큼의 ‘파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엔믹스는 같은 시기 데뷔한 4세대 걸그룹과는 출발부터 다른 길을 걸었다. 대중성으로 무장한 경쟁 그룹과 달리, 코어 팬덤을 확보해나가는 보이그룹과 비슷한 행보였다. 세계관으로 무장했고 다소 어려운 장르를 선택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전 JYP 그룹의 성공 전략과는 달리 대중적 감성을 가진 노래가 아닌 ‘믹스팝’이라는 트렌디한 장르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다만 그 지점이 대중에게 다가서지 못한 것이 2020년대 이후 4세대 그룹 시장에서 JYP가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스트레이 키즈[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JYP에 주어진 과제는 ‘대중성’과 ‘실험성’의 조화다. JYP의 자산은 탄탄하다. 3세대 K-팝 그룹 트와이스는 데뷔 10년차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 5월 기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총 43장의 앨범을 내놔 총 2001만 3182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 세계 여성 그룹 최초로 미국 소파이 스타디움과 NY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 입성해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K-팝 걸그룹 최초로 일본 스타디움 공연을 열었다.

그룹으로의 활동은 물론 나연, 지효에 이어 막내 쯔위까지 솔로 활동을 시작한 트와이스는 지금 꾸준한 성장동력을 찾아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JYP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 주역을 엔믹스, 스트레이 키즈, 데이식스로 본다.

엔믹스는 아직 완전히 ‘긁지 않은 복권’이다. 2022년 데뷔, 올해로 3년차를 맞은 엔믹스는 K-팝 그룹으로 탄탄한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엔믹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JYP는 원더걸스부터 트와이스까지 누구보다 걸그룹의 성공 문법을 잘 알고 있는 회사인데 엔믹스로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방법론의 측면에서의 실험이다. 그러면서 정 평론가는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조금 더 대중에게 친숙해진 상황이다. 이 시도가 결국 음악적 패러다임 측면에서 새로운 문법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 키즈와 데이식스는 소위 ‘자체 제작’ 프로듀싱 역량을 갖춘 팀으로 싱어송라이터형 K-팝 아티스트로 성장,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갖춘 팀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스트레이키즈가 세운 기록들은 그것 자체로 K-팝의 역사가 되고 있다. 2022년 ‘오디너리’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이후 지난 7월 발매한 ‘에이트’까지 5개 앨범 연속 정상을 꿰찼다. JYP 제작 앨범 사상 최초로 쿼드 밀리언셀러(정규 3집 ‘★★★★★ (5-STAR)’)를 달성했다.

데이식스는 현재 데뷔 10년차에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발매한 아홉 번째 미니음반 ‘밴드 에이드’(Band Aid)의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는 멜론 ‘톱 100’ 1위에 올랐다. 특히나 이번 성적은 멜론 20년 역사상 최장 1위 기록을 세운 걸그룹 에스파(15주 1위)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데이식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했다. 데이식스의 멜론 차트 석권은 JYP엔터테인먼트에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들의 1위는 2020년 트와이스의 ‘모어 앤드 모어’ 이후 4년 만이다. 현재 이 차트 톱100(9월 7일 기준)의 상위 5위권엔 데이식스의 노래가 세 곡이나 올라 있다.

데이식스는 멜론 뿐만이 아니라 지니,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도 1위에 안착하며 ‘차트 올킬’을 달성했다. 데이식스가 음원 차트 1위를 싹쓸이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민재 평론가들은 “데이식스와 같은 팀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사의 입장에선 축복이다”라며 “대기만성형으로 전성기를 맞은 데이식스는 멤버 영케이와 원필이 쓴 가사와 멜로디가 워낙 특별한 밴드다. 뛰어난 감수성과 관찰력, 표현력으로 잘 만들어진 곡을 통해 대중성까지 얻으며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형 아티스트가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은 JYP 내부에 건강한 창작 생태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2018년 시작한 멀티 레이블 체제는 다양한 창작 환경의 동력이 됐다”며 “곡을 수급하기 보다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마련해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그룹과 멤버들의 미래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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