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기 독점, 잦은 고장 등 문제
서울의 한 자치구에 설치된 무인 페트병 수거함에 이용자 협조요청 사항이 붙어 있다. [김우영 기자]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자원순환을 위해 지자체들이 앞다퉈 설치한 투명 페트병 무인수거기가 오히려 일부 시민의 무분별한 이용 탓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투명 페트병 무인수거기에 라벨을 제거한 투명 페트병을 투입하면 종류와 개수에 따라 일정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이렇게 받은 포인트는 일정 수준에 달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는 개당 10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지급하며 2000포인트 이상 쌓이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간편하게 페트병 재활용에 동참할 수 있는데다 포인트 혜택도 쏠쏠해 2020년을 전후해 등장한 무인수거기는 계속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취지의 페트병 무인수거기 운영이 확대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사람이 직접 수거를 하지 않고 기계가 자동으로 수거를 하다보니 종류와 크기, 모양이 제각각인 페트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오작동을 하거나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가 많은 곳은 무인수거기 용량이 금방 가득 차는 탓에 헛걸음을 해야하는 일도 허다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무인수거기 위치와 배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나왔어도 그 사이 최대 용량에 도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무인수거기는 제작 업체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최대 500~600개가 최대다.
무인수거기 제작 및 운영업체가 여러 곳이다보니 이용 방법을 놓고 시민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모두 17개의 무인수거기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지자체는 2곳의 업체로부터 무인수거기를 제공받았다. 이로 인해 직선거리로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무인수거기들이 있지만 모양도 다르고 이용하기 위한 스마트폰 앱도 제각각 설치해야 해서 이용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페트병 배출로 얻는 환급금을 노리고 다량의 페트병을 수거해 배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반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기도 한다.
대량으로 페트병을 담아온 뒤 무인수거함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일반 시민은 무인수거기 이용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하루 최대 포인트 적립 제한 등 지자체가 대응방안을 마련했지만 가족, 친지 등 여러 사람의 핸드폰을 이용해 제재를 피해나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환급금이 쏠쏠한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잘못된 이용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량의 페트병 배출과 독점 사용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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