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회관을 방문한 이영우(뒷줄 왼쪽6번째) 경북도 교육감이 울릉고 학생들을 격려한뒤 기념촬영을 했다.(울릉고 제공)
[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경북 유일의 도서인 울릉도 고3수험생들이 오는 17일 치러지는 수능시험을 위해 13일 울릉도를 출발해 포항에 도착했다.
수능을 4일 앞둔 울릉고등학교(교장 권오택) 학생 (남10,여 12) 22명은 이날 저녁 포항 시가지 중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동해면 소재 해병대1사단 청룡회관에 이주해 왔다. 해마다 이맘때쯤 수능한파와 동해의 거센 풍랑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짐을 챙겨 나온 것.
이들 수험생들은 14일 포항시가 제공한 포항시립 오천도서관에서 지난 3년간 갈고 닦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온 종일 수능 마무리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학생들끼리 스터디그룹도 만들고, 인솔교사의 수업도 받는 등 학교에서 받는 수업과 견줄 만 하다.
어머니가 해주는 따뜻한 밥과 정겨운 가족의 품을 떠나 인생의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 지독한 고독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17일 수능시험을 대비해 13일 울릉도를 떠나는 수험생들이 울릉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울릉고 제공)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환경적 변화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들고 올 수 있는 짐이 한정돼 있어 책과 참고서도 많이 챙기지 못했다.
양말 같은 빨래도 스스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에도 학생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자신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 바쳐 지도 해주신 선생님의 깊은 사랑과 이에 못지않게 어려운 살림에도 성심껏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의 높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서다.
어차피 수능시험은 오랜 기간에 걸친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에 환경이 다소 바뀐다고 해서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영우 경상북도 교육감은 14일 오후 울릉고 수험생들이 머물고 있는 포항의 청룡회관을 직접방문해 이들을 위로 격려했다.
이교육감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며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집으로 돌아 갈 때 까지 각자 개인 건강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하며 수험생들을 일일이 손을 잡고 용기를 돋웠다.
이에 울릉고 수능생들은 한 낯 종이 한 장에 적힌 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부의 마지막 관문인 수능에서 틀 속에 갇혔던 지식을 모두 쏟아내고 인생의 기로에 짜인 그 틀을 깨기 위한 껍질을 벗는 요식행위로 오로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꿈이며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결코 부담을 갖지 않는 다 고 입을 모았다.
포항 시립 오천도서관에서 막바지 공부에 여넘이 없는 울릉고 학생들(울릉고 제공)
박소현 학생은 “선배들도 겪어온 현실을 당연히 즐기며 받아들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잘 활용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수험생을 인솔한 여병태 교사는 “부모님이 있는 아늑한 집에서 공부하는 것에는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낮선 환경을 잘 적응하며 각자 자신만의 공부법을 활용하며 막바지 컨디션 조절을 하며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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