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대 박사 "정자 조영은 주거 아닌 선비들의 학문수양, 풍류와 휴양" 목적
지난 19일 한맥풍수지리학회가 대구한의대학교에서 풍수이론의 현실적 적용과 비판이란 주제로 '제3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헤럴드 대구경북 은윤수 기자
[헤럴드 대구경북=은윤수 기자]한맥풍수지리학회(회장 김병우)가 지난 19일 오후 1시부터 대구한의대학교 학술정보관에서 '제3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학회는 지금까지의 땀과 노력을 발판으로 한국 풍수의 정체성 확립과 독자적 학문 영역의 확보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코자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그동안 한맥풍수지리학회는 '풍수 학문적 연구 영역의 확대'를 위해 학술대회를 통해 음택, 양택·양기 등 풍수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쳐왔으며 또 '풍수 학문의 질적 성장'을 위해 풍수학계 최초의 전문학술지 '한맥풍수 제2집'을 지난 8월 출간키도 했다.
이날 학술대회 첫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형윤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조선 성리학자의 정자 조영에 관한 풍수 경관적 고찰(창계천 주변 정자의 입지를 중심으로)'을 통해 "정자는 그것을 경영하는 사람의 자연관과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다. 무등산 권역의 창계천 주변의 정자는 16세기 성리학자들의 사상과 자연관이 집약된 곳"이라며 "도교적 사고와 유교적 사고, 풍수적 사고는 정자 조영원리로서 그 시대의 학자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정자 조영에서 풍수적 사고는 정자의 입지적인 측면과 주변 자연지형을 관조하는 경관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풍수적 사고는 정자의 경관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기초적 자료가 된다. 창계천 주변의 자연지형은 무등산을 중심으로 산계와 수계의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영의 공간인 내부공간과 관찰의 공간인 외부공간을 하나의 경관요소로 끌어드릴 수 있다"며 "풍수적 관점에서 정자 경관은 내명당 공간과 외명당 공간, 조안산 공간 및 상징적 공간으로 구분되며 이들 공간의 유기적 결합으로 풍수경관을 완성하고 있다. 그리고 창계천 주변의 정자는 무등산을 관조적 대상이면서 동시에 상징적 대상으로 풍수경관의 정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대구한의대학교에서 개최된 한맥풍수지리학회의 '제3회 학술대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박성대 박사가 주제발표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헤럴드 대구경북=은윤수 기자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자로 나선 박성대(경북대학교 지리학 박사 수료) 박사는 "정자입지의 지형적 특성과 정자 배치의 관계성 등 정자 조영자의 조영관에 대한 한 차원 높은 분석"이라며 "이 연구는 정자와 관련한 차후 연구의 작은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정자에 대한 풍수적 연구가 시작 단계인 만큼 정자의 입지적 특성과 배치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몇 가지 토론 내용을 제시했다.
박성대 박사는 "정자의 일반적인 입지 유형은 평지형에 비해 산지형(언덕형)과 계곡형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러한 입지적 조건은 풍수적 관점에서 보면 길지(吉地)와는 거리가 멀다"며 "산지형(언덕형) 입지는 돌출돼 있어 장풍 조건이 불리하고 물줄기 또한 반배하는 경우가 많다. 계곡형 입지는 산곡풍의 피해와 더불어 홍수 피해까지도 우려되는 자리일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정자 입지가 흉지로 여겨질 경우에는 그 기준이 일반적인 양택 및 음택 자리로 평가될 경우"라며 "그러나 정자의 조영 목적은 일반적인 양택의 그것과 다르다. 즉 정자 조영 목적은 일상적인 주거가 아니라 선비들의 학문 수양, 풍류와 휴양(遊息)이었다. 특히 풍류와 휴양(52.2%) 목적이 학문 수양(17.4%)보다도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박성대 박사는 "풍류와 휴양이라는 관점에서 정자의 입지를 다시 보면 흉지가 아니고 풍류와 휴양의 장소성을 제공하는 최적의 입지가 된다. 구체적으로 산지형(언덕형)은 호쾌한 전망과 더불어 시원한 바람이 제공된다. 바람은 풍류와 휴양의 장소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계곡형은 수경 요인(계곡물)과 관계 깊은 지형으로서 물과 가까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표출된 입지 선정이다. 이러한 정자의 입지는 현대의 휴양지의 입지 선정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우 한맥풍수지리학회장은 "한국 풍수는 학문적 정체성 확립과 독자적 학문영역의 확보를 통해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며 "이는 학문적 연구 영역의 확대와 풍수 학문의 질적 성장을 통해서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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