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해경, 사고 일주일이 되도록 5시간 동선 ‘모르쇠’ 의구심 키워
여수 국동과 경도를 오가는 차도선이 접안하는 경사진 슬립웨이. /박대성 기자. |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전남 여수시 국동 선착장에서 경도 골프장 소속 남성 경기보조원(캐디) 2명이 승용차를 탄 채 바다에 빠져 숨진 채로 발견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망원인이 나오지 않아 사인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수해양경찰은 여수 해상에서 20대 청년 2명이 차량에 탑승해 숨졌는데도 차량 인양 7일이 되도록 여전히 “행적을 파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사망 원인을 두고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특히 경찰이 사고 전날인 오후 8시부터 승용차에 탄 채 바다에 빠진 다음날 새벽 1시까지 5시간 동선 파악을 하면 단순 음주사고인지 아니면 다른 경위 때문인지 등에 근접할 수 있는데도 동선 공개조차 기피하고 있어 소극적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여수해양경찰에 따르면 경도 세이지우드컨트리클럽(CC) 소속 캐디 A(28)씨와 B(26)씨 등 2명이 탄 승용차가 지난 21일 오전 8시30분에 국동선착장 앞 슬립웨이(경사진 접안시설) 앞 바다에서 인양됐고 차안에는 20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실종 신고는 지난 20일 저녁 8시35분쯤 동료 캐디가 “함께 술을 마신 동료 2명이 실종됐다”며 봉산파출소를 방문, 신고했다.
경도골프장 캐디인 이들은 사고 전날인 18일 저녁 8시쯤 골프장을 퇴근해 차도선을 타고 섬을 빠져나와 국동선착장 주차장에 차를 두고 식당 등에서 음주 후 새벽 1시쯤 차량에 탑승해 슬립웨이로 미끄러지는 장면이 CCTV 조회로 파악됐다.
경도 골프장 관계자는 “캐디는 대개 저녁 8시쯤 퇴근하고 있다”며 “캐디는 직영이 아닌 아웃소싱 형태로 채용되고 있어 관리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수 국동 선착장과 주차장 전경. /박대성 기자. |
국동~경도를 오가는 차도선은 오전 5시부터 밤 12시(자정)까지 수시 운항하는 선박으로, 경도 골프장행 승객과 차량으로 붐비는 곳이지만 차량이 물에 빠진 새벽 1시께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고 이후 경찰은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사 또는 자살·타살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주변 CCTV 화면을 분석하고 있고, 사인규명을 위해 지난 23일 부검을 실시해 채취한 검체를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다.
해경은 퇴근일인 18일 저녁 8시 이후부터 익사사고가 난 이튿날 새벽 1시까지 대략 5시간 정도의 행방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하고 있지만,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여부를 놓고 수사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일부 유가족도 강하게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점도 해경이 이 사건을 명료하게 수사해야 할 당위성이다.
현재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사인지 또는 동성 간의 타살인지 여부를 놓고 해경에서는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당시 여수지역은 코로나 3단계로 밤 10시까지만 영업하게 돼 있는데 식당이 정부의 방역수칙을 어기며 영업을 했는지 여부, 우발적인 음주사고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식당 CCTV만 확인해도 주량과 동석한 인원, 이후 동선 파악이 가능함에도 경찰이 시신 인양 일주일이 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해경 관계자는 “식당 CCTV 등을 확인하려면 업주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있고 도로변 CCTV까지 추적해야 해 간단치만은 않다”며 “현재까지 이들 3명의 사고 당일 행적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