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구하면 업무 바꿔주겠다” 황당 요구 논란
행정직에 콜센터 근무 강요 ‘가스라이팅’ 지적도
청년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한 구직자가 취업박람회에서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광주북구보건소(소장 김은숙)가 20대 기간제 여성근로자들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와 이를 시정해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묵살한 채 사실상 자진 사표까지 요구하면서 ‘가스라이팅’ 논란에 휩싸였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지배 상태를 말한다.
근무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인 북구보건소가 최근 행정전담인력으로 뽑힌 기간제 여직원 3명에게 일방적으로 콜센터로 보직 변경했고, 이의 제기 과정에서도 “순응해서 일해라. 싫으면 대타를 구해오라”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눈총에 지친 기간제 직원들은 지난주 모두 사표를 제출했고 현재 실직 상태다.
1일 광주시북구보건소 공고 2021-39호에 따르면 북구보건소는 지난 5월 코로나19 대응 한시 지원사업 기간제 근로자를 모집했다. 채용 분야는 행정지원인력으로, 예방접종센터 행정 지원, 접종 대상자 질서유지, 예진표 작성 지원, 확인서 발급, 전산 등록, 건강증진업무 등을 담당한다. 우대 조건에 정보화자격증이 포함돼 있어 행정인력을 모집하는 공고로 해석된다.
광주북구보건소가 지난 5월 공개모집한 행정인력 공고문. |
이 공고를 보고 대학 재학생·졸업생 등 청년구직자들이 지원했고 면접을 통과한 이들은 지난 6월부터 행정지원인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북구보건소가 지난 17일 콜센터 출근을 갑자기 통보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애초 채용 목적과는 다른 업무를 지시했고, 별도의 인수인계와 전문교육 없이 현장 배치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 기간제 직원은 지병인 심장 질환 때문에 콜센터 상담업무에는 부적격한 인력인데도 북구보건소는 이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은 “콜센터 근무를 하기 싫으면 선배 직원들을 설득해오라”고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실제 북구청은 지난 3월과 4월 전화민원 응대 등 콜센터 전담인력을 채용했다. 행정인력을 동의 없이 콜센터로 배치하는 것은 ‘인사권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기간제 직원 A씨는 “북구보건소에 문제 제기를 하자 ‘무조건 콜센터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이게 싫으면 대타를 구해오라’는 답변을 듣고 당황했다” 며 “이 내용을 수용 못하면 결국 선택은 우리가 해야 했으니 알아서 판단하라며 사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광주북구보건소. |
이에 대해 북구보건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예방접종센터 업무에는 행정업무, 콜센터가 모두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북구보건소는 사정에 따라 근무지, 근무 시작일, 담당업무 등이 조정될 수 있음을 단서조항으로 남겼다. 하지만 외부 공고문에는 핵심인 ‘콜센터’는 빠져 있어 확대해석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광주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수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 여지가 다분하다” 며 “이의를 제기한 근로자는 전남노동위원회에 손해배상 등을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효진 광주북구보건소 행정과장은 “업무 배치를 하는 것은 보건소 영역이다. 이미 당사자들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며 “채용공고는 포괄적 개념이다. 담당 업무 등 일부 미비한 부분은 다시 보안해서 오해를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