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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도연맹’ 고흥 최대 민간인 학살지에 원혼비 세워
점암면 당고개서 70년 만에 위령제 봉행
전남 고흥군 점암면 당고개에서 보도연맹 피해자 원혼비 설치와 위령제가 2일 열리고 있다.

[헤럴드경제(고흥)=박대성 기자] 6.25한국전쟁 발발 직후 전남 고흥지역 보도연맹회원 43명을 총살한 지역 최대의 민간인 학살지에서 70년 만에 원혼비를 세위지고 위령제가 올려졌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상임대표의장 윤호상)’와 여순항쟁 고흥유족회(회장 이백인)는 공동으로 지난 2일 고흥군 점암면 천학리 소재 당고개에서 원혼비 건립 및 위령제 봉행식을 가졌다.

이곳 당고개는 한국전쟁 직후 고흥지역 보도연맹회원 43명이 학살된 곳으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7월 15일 북한군 제3사단이 공주를 우회해 금강을 건너 호남으로 진격하자, 7월 16일부터 고흥지역 보도연맹회원을 경찰서로 긴급 소집했다.

자료에 의하면, 당초 소집된 인원이 100여 명에 이르렀으나, 3일 동안 장맛비가 내리면서 상당수가 땅문서를 바치는 등 각종 청탁으로 빠져 나갔고, 김홍준 등 43명만 남았다고 한다.

7월 20일 새벽 비가 그치자, 유치장에 수감된 43명을 군용트럭에 실어 이동해 이곳에서 총살했다고 하며, 현재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8명 뿐이다.

같은 날 과역면 과역지서에 수감된 6명도 점암면 신안리 도지정골에서 학살됐고, 북부지역인 대서·동강·남양면 보도연맹 회원들은 벌교경찰서 관할 벌교읍 추동리 석거리재에서 학살됐는데, 벌교·조성·낙안·송광·외서까지 포함해 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는 2019년에도 여수 애기섬과 순천 장대다리 옆 강변에 원혼비를 세우는 등 전국 학살지를 다니며 희생자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사업을 행정안전부 후원으로 계속해왔다.

이날 이곳에서 학살된 희생자 유족 중 10여 명이 참석했고, 서울, 청주, 화순 등 전국 각지에서도 유족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이 외에도 고흥유족회를 비롯해 전국유족회, 인근 보성유족회(회장 선용규)와 순천유족회 등 전남동부권 유족들도 참석했고, 여순사건 10·19 범국민연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날 유족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원혼비를 직접 세우고 전통 제례에 이어 김현명 원불교 녹동교당 교무의 종교의식으로 70년 전 억울하게 학살된 원혼들을 달랬다.

윤호상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은 “원혼비 건립을 통해 지역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하고 위령탑 건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면서 “아직도 전국 각지의 학살지에 수많은 유골이 뒹굴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10대의 나이에 학살 현장을 목격한 인근 마을 김모씨는 “당시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사체를 찾아갔고 남은 사체는 현장에 방치돼 있어 마을 청년들이 동원돼 현장에 가매장했다”고 기억했다.

‘국민보도연맹(國民保導聯盟)’이란, 1948년 12월 시행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극좌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사상전향시켜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당시 이승만 정권이 1949년 4월에 만든 관변단체로 흔히 ‘보도연맹’이라고 부른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부는 좌익 사상을 가진 이들이 북한 인민군과 연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전투와 관련 없는 지역에서까지 무자비한 양민 학살을 자행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가 낙동강 방어선을 보루로 행정권을 유지한 가운데 국토 후방 교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경상도 지역 곳곳에서 보도연맹 학살을 단행해 희생자가 가장 많으며 전국적으로 대량 10~30만명이 피해자로 추정된다.

정부가 6.25 이후 사상 전향을 목적으로 결성한 조직에서 소속 국민을 책임지지 못하고 오히려 집단 학살했다는 점에서 현대사의 큰 비극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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