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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부끄러움을 아는가”
황성철 호남취재본부장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나이가 60줄이어도 여전히 자식 앞에서는 어렵다. 신앙 생활을 하는 나와 아내는 ‘자식이 우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기를 약속한다. 누구네 자식이 사고를 쳤다 해도 함부로 흉 보지 않으며, 내 자식 잘된 일도 자랑삼지 않으려 다짐한다. 그런데 최근 헤럴드가 보도한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열어야겠다.

피해를 당했다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클 것이다. 시 교육청 조사에서 '학교 폭력'이 인정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쌍방 폭력'으로 바뀌었다 하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그렇다고 가해자 부모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자식을 둔 부모니 말이다. 자식 편에서 옹호하고 싶었을 것이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피해자는 한 명, 가해자 측은 8명이다. 어떻게 쌍방 폭행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에 헤럴드는 지난 7월 20일자를 시작으로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 논란’을 잇따라 7번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경찰은 당초 수사를 했던 대로 ‘쌍방 폭행’으로 검찰에 넘겼다.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 알 길은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이다. ‘쌍방 폭행’으로 검찰에 바통이 넘어간 뒤 가해자 부모가 보인 태도다. 피해자 어머니와 최초로 기사를 쓰고 연속 보도한 기자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쌍방 폭행’으로 검찰에 넘겼으니 자신의 자식을 그동안 ‘학교 폭력’ 학생으로 기사를 쓴 기자가 괘씸했을 수 있다. 또, 진심으로 본인들은 잘못이 없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반전은 여기서 일어났다. 엊그제 사건에 대한 결정 결과 통지서가 온 것으로 안다. 가해자는 00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소년 보호 사건 송치, **통신망이용촉진 및 **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소년 보호 사건 송치, △△로 소년 보호 사건 송치, □□ 손괴로 소년 보호 사건 송치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 부모에게 묻고 싶다. 어떤 게 억울한가. 무엇이 분한가. 자식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청소년기에는 모범생도 싸움질을 하기도 하고 객기로 남의 것을 훔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 범죄자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그런 과정 속에서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구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나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의 무능력과 무지를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해 간다. 질풍노도의 시기, 누구나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한다. 거기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된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성찰하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세상은 돈으로 힘으로 권력으로 인간관계로 밀어붙여도 통하지 않는 선이 있다고 믿는다. 세상은 악이 존재하지만 그 악을 구원할 선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악을 구원할 선의 바탕에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부끄러움’이 있어야 한다. 나는 자식 때문에 속 상할 때 나를 돌아본다. 자식이 못되게 굴면 내가 부끄럽다. 내 모습이 자식으로 투영된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적극 찬성하는 측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찰 조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갖게 됐다. 흔히 검찰에서 말하는 ‘시기 상조’나 ‘수준 미달’이라는 말이 떠나질 않는다. 나는 검찰 개혁주의자이고, 검찰의 형태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명예훼손으로 취재 기자를 건 것에 대해서는 무고로 대응할 것이다. 이 부분은 끝까지 가볼 참이다. 그래야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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