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서 호남지지율 10~20% 중반
대선서 10% 이상 기대감 있지만 변수 많아
“국힘·민주당 둘다 싫다. 허경영 뽑겠다”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광주시 북구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내 AI 데이터센터 건립 예정지를 찾아 현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20대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가 호남에서 2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실제 호남득표율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는 호남 200만 가구에 손편지를 전달하고 6일에는 직접 광주를 찾아 막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만큼 역대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초라한 성적표를 얻어왔다. 그동안 호남민심은 국민의힘에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으면서 ‘민주당 철옹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으로 마음을 바꾸려 했지만 결국 투표장에 들어가면 같은당을 선택하는 ‘미워도 다시한번’ 심리도 엿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광주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부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20~30대 젊은층과 자영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홍준표·윤석열 등 야권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가며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준석 대표 등 30대 젊은 당대표 등장에 MZ세대의 호응이 이어졌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40대 A씨는 “국민의힘 수장에 30대 이준석 대표가 취임하면서 야당을 다시 보게 됐다” 면서 “경선과정에서 홍준표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갔고 윤석열 후보에게도 동네형 같은 친근함과 진성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3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 후보는 광주·전라에서 26.2%(이 후보 59.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27.2%(이 후보 53.6%)를 기록했다.
남도일보·전남매일 등 광주지역 일간지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4∼25일 실시한 20대 대선 가상대결 지지도 조사 결과 광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62.2%,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6.6%를 기록했다. 전남에서는 이 후보가 69.4%, 윤 후보가 12.8%로 나타났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일 시행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 후보는 호남에서 18.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일 오전 전남 신안군 압해읍 청년회관에서 열린 신안군 주민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후보가 호남에서 10~20% 중반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정치지형 변화도 예상된다. 이준석 대표도 호남민심 챙기기에 적극적이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광주·전남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 이상 득표해 많은 지지를 받아 지역 구도가 깨져야 한다” 며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지역민원을 해결하고 민주당과 경쟁체제를 이뤄 호남 정치를 발전시키게 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30대 B씨는 “사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식당을 5년째 운영하면서 경제정책 실패와 코로나 방역으로 큰 피해를 보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면서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드니 서민경제를 잘 챙겨주는 대통령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만난 시민C씨는 20대 대선에 실망감과 기대감을 표출했다.
C씨는 “붕괴사고 당시 콘크리트 잔해와 구조물이 매장을 덮치면서 죽는줄 알았다. 현대산업개발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에 분통을 느낀다” 며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허경영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후보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취재현장에서 만난 시민 상당수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잘하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힘 후보를 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수진영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아직까지 바닥민심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
실제 15대·16대 대선에 잇따라 출마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호남에서 5% 이상 표를 얻지 못했다.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주 8.59%, 전남 9.22%, 전북 9.04% 득표했다.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광주 7.76%, 전남 10%, 전북 13.2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재명·이낙연 경선 이후 내부갈등과 반목이 지속됐고 안정감을 심어주기 못하면서 상당수가 실망했다” 며 “설 명절 이후 민심변화와 TV토론회, 부인 리스크 등이 막판 결집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