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독]환경부 서기관, 조모상 연차 낸 여직원에 “임신했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성희롱 발언 논란
성적수치심 고충상담 했지만 되레 인사조치
가해공무원이 고충담당관…환경부 감사 주목
법조계 “굴욕 등 호의적 언동으로 볼 수 없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00씨. 요즘 병가나 연가 자주 내는데 임신했나요?”

“직속 상관인 팀장님이 임신했냐고 물을때 마다 성적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어요. 결혼한지 얼마 안됐는데 하혈하고 잠도 못자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괴로워요”

환경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원장 신동인) 서기관급 공무원이 병가를 낸 여성 부하직원에게 임신여부를 재차 묻는 등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으로 구설수를 사고 있다.

피해여성은 원내 고충상담을 진행했지만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인사위원회 등은 열리지 않았고 오히려 원치않는 부서로 인사조치되면서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여성은 원내 고충상담을 진행했지만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인사위원회 등은 열리지 않았고 오히려 원치않는 부서로 인사조치됐다.

문제는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서기관이 고충담당관리관과 인사, 근무평가위원 등 우월적 지위에 있어 피해상담 내용이 고스란히 보고됐다는 점이다. 대상이 사건을 총괄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고충처리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고 이때문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어긋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피해여성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인사혁신처에 민원을 접수했고 환경부도 감사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에 있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2020년 9월 설립된 환경부 소속기관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과 같은 야생동물 질병을 진단하고 대응하는 전문 연구기관이다. 질병감시팀, 대응팀, 연구팀 등 8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광주와 전남함평 인근 부지에 3년전 설립됐다. 8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한 결과 해당 서기관과 피해여성은 지난해 말과 지난 4월 2~3회에 거쳐 연차‧병가 등 일상업무 과정에서 ‘임신’에 관한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4월의 경우 조모상과 관련된 연차사용 과정에서 발생했고 같은 부서 사무관도 재차 동일한 질문을 하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피해여성은 초과근무 배제 등 반복되는 괴롭힘 등을 호소하며 수회에 거쳐 고충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 서기관의 사과와 분리조치, 비밀보장 의무는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해 서기관과 같은 3층 사무공간에 근무하며 결재 등 마주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해당 서기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무를 감독·관할하는 책임자다 보니 임신에 따른 건강상태, 근태관리 등을 염려했기 때문에 성적수치심과 비하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판단은 다르다. 여직원에게 임신했는지를 묻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

실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임신했냐’고 묻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호의적인 언동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피해 여성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다짜고짜 ‘임신했느냐’는 팀장의 발언을 듣고 너무 놀랐고 수치스러웠다. 다른 직원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충격이 컸다” 며 “ ‘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공식 답변을 듣고 심한 좌절감을 빠졌다. 지난 3일에는 타 부서로 발령마저 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여성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인사혁신처에 민원을 접수했고 환경부도 감사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은 법률사무소 인의 대표 변호사는 “성인지감수성 등 피해 여성이 성적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라는 판례가 있다” 면서 “사내 성희롱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케이스라고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기관은 “공식적인 업무처리와 직원들은 감독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오해를 살만한 말과 행동은 하지 않았다. 성희롱성 발언도 결코 없었다” 며 “부당한 초과근무 등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해당 여직원과 일부 갈등이 있었는데 문제가 확대된 것 같다. 소명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은 “관련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본 후 후속조치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