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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행우주 속의 살인? 지적 소설
일어난 동시에 일어난 적 없는 유괴 사건

우리가 모든 것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대신 대부분을 보았다. 왜냐하면 우리 중 하나는 항상 거기 있었으니까.


치명적 두통을 앓고 물리학 이론을 좋아하며 우연을 믿지 않는 형사가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해결한다. 한 아이가 유괴를 당하는데, 아이는 그 사실을 모른다. 한 의사는 해서는 안될 일을 한다.


한 남자가 죽고 두 물리학자가 논쟁을 벌이며, 그 형사계 경정은 사랑에 빠진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그 형사가 생각했던 것과 딴판으로 보이는데, 그런데도 그가 생각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인간의 생각은 악보이고, 인간의 삶은 재즈처럼 비딱한 음악이다.


바로 그랬던 거야, 대략 말이야.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프롤로그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2010. 민음사)는 제목에서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형사가 등장하니 추리소설이며, 평행 우주란 단어에서 물리학적 배경을 읽을 수 있다.


평행우주론이란 우리의 우주 옆에 시간은 공유하지만 공간이 다른 또 하나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물리학이 소설에 개입됨으로써 딱딱해 보인다. 그러나 도전할 만한 재미와 가치가 있다. 단, 끈기가 있어야 한다. 문체도 뛰어나다.


'샤우인스란트 산이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했다가는 수백 명의 자전거 타는 사람들, 케이블카 탑승자들, 나비 수집가들은 목숨을 빼앗길 것이다.' '눈은 커다란 마침표 둘, 코는 쉼표 하나, 입은 심지어 웃을 때조차도 줄표 같았다.'


책의 프롤로그를 좀 더 확장시켜 줄거리를 만들면 다음과 같다.


두 물리학자 제바스티안과 오스카는 대학 시절부터 우정 이상의 우정과 애증을 키워 온 사이다. 오스카는 단 하나의 우주만을 인정한다. 반면 제바스티안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하는 삶과, 오스카와 함께하는 삶이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 우주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제바스티안이 아들 리암을 보이스카우트 캠프에 데려다 주던 중 리암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어 그는 “다벨링은 제거되어야만 한다.”는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다벨링은 의료살인 의혹을 받고 있는 의사다. 제바스타안은 고민 끝에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벨링을 살해한다. 하지만 리암은 납치된 적이 없다. 그 사실로 인해 제바스타안은 큰 혼란에 빠진다. 이때 노형사 실프가 등장한다.


우주는 곧 이 세계다. 책은 마치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동시에 떠 있는 <1Q84>연상케 한다. 두 물리학자의 이론 대결을 통해 삶과 시간의 본질, 우연과 자유의지에 대해 사유할 수 있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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