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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유류세 단계별로 내린다
정부가 급변하는 중동정세에 대응해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우선 석유제품에 붙는 관세를 인하하고, 국제유가 추이를 봐가며 유류세 자체를 내리는 방안에 대해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가 좀체 하지 않으려던 유류세 인하의 단계별 조치를 시행키로 한 것은 중동 상황이 급변, 국제유가 상승폭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문제를 25일 물가대책 차관회의에서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물론 유류세 인하는 정유 및 통신업계에 대한 시장구조개선과는 별개로 추진된다.

정부가 24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지식경제부가 이와는 별도로 ‘제2차 석유수급 비상 점검회의’를 열어 비축유 긴급방출, 단계별 강력한 에너지 절약조치 시행 등을 단행키로 한 것은 국제유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유가 급등이 석유 수급의 위기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안한 비상 대책에 착수한 셈이다.

정부는 우선 원유에 대한 수입관세 3%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2008년처럼 1%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당시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의 탄력세율도 10%포인트 낮춘 바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가정할때 관세를 2%포인트 낮추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17원 떨어진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가 대책에 유류세 인하까지도 포함해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유가 대책의 기준으로 삼는 두바이유 국제 유가는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23일 104.33달러까지 치솟았다. 물론 2008년 수준까진 여유가 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 KIEP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란, 리비아, 알제리 등 반정부 시위발생 위험이 높은 국가들에서 생산 및 운송시설 파괴가 이뤄질 경우 유가는 추가상승하고, 자원무기화로 번지면 국제유가는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최근 중동 정정 불안은 1990~91년의 걸프전 당시와 매우 비슷한 상황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20달러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동 사태로 우리나라의 무역 차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 현지 조사 결과 “바이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현지 통관이 안된다”, “대금 회수에 문제가 생겼다” 등 우리기업의 피해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리비아 간의 교역 비중은 작년 기준 수출이 14억달러, 수입은 2억달러로 미미한 편이다. 문제는 중동 전역으로 사태가 확산될 있다는 점이다. 중동은 특히 우리의 주력 해외 건설ㆍ플랜트 수주 지역으로 지난해 수주금액이 473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해외수주액의 66%에 달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원유의 81%, 천연가스의 51%를 차지하는 중동지역 위기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지경부 당국자는 “국제유가가 10달러 오를 수록 무역수지 흑자는 75억달러 감소한다는 분석이 있다”면서 “올초 연평균 국제유가 82달러를 기준으로 무역흑자를 250억달러로 전망했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이 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가 현 상황에서 26일까지 100달러 이상을 지속하면 위기단계가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된다. 위기단계가 ‘주의’가 되면 공공기관과 아파트 등의 경관조명과 상업시설의 옥외 광고물 등이 소등된다.

<김형곤 기자 @kimhg0222>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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