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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경제의 글로벌 ‘왕따’와 美 연준의 ‘빅컷’ [홍길용의 화식열전]
35년 간 6차례 기준금리 하향 전환
닷컴 버블, 금융위기 때 50bp 인하
주식 보다 금·채권 1년 수익률 높아
美 ‘홀로 호황’ 이끌던 호재 힘 잃고
中 디플레 심각…유럽도 경기 침체
선진국 재정 부담↑, 美 대선이 변수
글로벌 균형 붕괴된 대공황 때 닮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동시에 살펴야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부풀기 시작한 때는 2023년 초다. 늦어도 2023년 하반기에는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되돌아보면 섣부른 기대였다. 2022년의 긴축이 워낙 가팔랐던 탓이다. 2023년에도 금리인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2024년에 초에는 이뤄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예측이었다. 하지만 인하는 9월에야 시작됐고 예상보다 폭도 컸다. 그토록 기다리던 변화인데 뭔가 나아진 게 아니라 뭔가 어려워져서 이뤄진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은 경제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앞으로 어떤 투자전략이 필요할까?

▶금리 인하는 증시에 호재(?)

통상 금리인하는 증시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돈이 더 풀리면 경제활동이 좀 더 활발해질 수 있어서다. 1989년 이후 연준은 6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20세기 세 차례는 모두 주가(S&P500)가 크게 올랐다. 2001년과 2007년에는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고, 2019년에는 8.9% 오르는 데 그쳤다. 주가가 하락한 두 번은 닷컴 버블 직후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다. 이 때에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리는 ‘빅 컷’(big cut)이 이뤄진 점을 주목하자. 2019년에는 인하 폭이 정상(0.25%포인트) 수준이었지만 증시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중반으로 미중 경제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 연준의 빅 컷은 물가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이라기 보다 경기 침체 역풍에 밀린 ‘후퇴’의 성격이 짙다. 크게 높아진 물가도 견뎌낼 만큼 미국 경제의 체력은 여전히 강하다는 진단이 우세하지만 시장 가격은 현재 보다 미래를 더 반영한다. 9월 금리인하 자체는 이미 시장 가격에 녹아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빅 컷을 시장이 어떻게 반영평가할 지다. 왜 미국 경제가 연준이 빅 컷이란 보기 드문 카드를 선택할 상황이 됐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 경제, 저물어 가는 ‘나 홀로’ 호황

40년 만의 초강력 긴축에도 미국의 자산가격은 202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다. 주요 원인을 풀어보면 △코로나19 재정지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사이익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인공지능(AI) 혁명 주도 등이다.

미국 가계에 공급됐던 코로나19 지원금은 이제 꽤 소진이 됐다.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이미 높아진 물가 때문에 중산층 이하 가정을 중심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비 비중이 크고 고용시장이 아주 유연한 미국이다. 소비가 줄면 고용이 줄고 거의 즉각적으로 가계 소득이 감소한다. 고용지표의 흐름 변화를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러-우 전쟁으로 미국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게 됐고, 방위산업 수출의 활로도 넓히게 됐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면서 주요 핵심 제조업의 미국 내 투자도 이끌어냈다. 그런데 요즘 유럽 경기가 좋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 의존도가 높던 독일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기둥인 폴크스바겐(VW)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공장을 폐쇄하고 알짜 화학 기업을 해외에 팔아야 할 정도다.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유럽연합(EU)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유럽 기업들이 이렇다 할 기술 혁신도 이루지 못하며 경제 효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고객인 유럽의 경제가 어려워지는데 판매자인 미국이라고 좋을 리 없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일본 등이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투자는 충분한 수요가 확보했을 때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전기차는 최근 수요가 크게 둔화되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전문인력이 필요한 반도체 공장은 구인난이다. 반도체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도 등장했다. 이는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과 이어진다. 긴축에도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재료들이 조금씩 그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왕따’ 당한 중국경제 위기 조짐…글로벌 경제 부메랑 되나

그렇다고 미국 경제가 당장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섣부르다. 연준 위원들이 점도표에서 제시한 금리 장기 전망은 2.9%다. 경제성장률 보다 높다. 4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5.5%)까지 오른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통화량(M2)는 여전히 초 저금리 때인 코로나19 이전 때보다도 많다. 금리를 크게 낮추면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 보다는 중국이다. 최근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이(deflation) 심각하다. 미중 갈등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비중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아주 높다. 중국의 수요가 위축되면 글로벌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거리가 멀어지면서 중국의 제조업 생산은 과잉상태가 됐다. 저가 수출이라도 지탱하려 애쓰고 있지만 서방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단 제조업 다이어트가 시작되면 고용과 가계 소비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미치게 된다.

과거 우리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면 쉽다. 올림픽 이후 호황 때 만들어진 과잉의 거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맞이한 시련이다. 1929년 대공황 역시 비슷하다. 1차 대전으로 미국의 생산능력은 크게 늘었는데 이를 소비해 줄 유럽 경제는 전후 처리 실패로 되살아 나지 못했다. 결국 과잉의 해소는 또다른 전쟁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교훈 삼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유럽의 경제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Marshall Plan)하게 된다.

중국 경제가 큰 시련을 겪는다면 글로벌 경제도 멀쩡하기 어렵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가능성에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배경에는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이미 유럽은 침체가 시작됐고 한동안 뜨거웠던 일본도 온도가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내년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 경제도 어떤 경로이던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글로벌 침체 온다면 투자 선택지는

연준이 1989년 이후 6차례 금리를 내렸을 때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자산은 금과 채권이다. 닷컴 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가치가 더 불어났다. 금이 채권 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았다. 당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제로금리까지 갔기 때문이다. 채권에서 이자수익(yield)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 금의 상대적 매력이 더 부각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리의 절대 수준이 여전히 꽤 높은데도 금값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러-우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 미국이 달러에 대한 통제권을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경제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수익이 없더라도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금으로 국부를 관리하려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최근 가격 상승의 주요한 원인이다.

채권 금리는 당분간 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금리를 낮추는 요인이다. 경기침체가 온다면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지고 이는 장기 채권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장기채권은 글로벌 안전자산의 대명사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채권 금리 예상이 그리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재정정책 변수 때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린다면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통화정책은 금융시스템을 통해 경제에 돈을 공급한다. 재정정책은 실물경제에 돈을 투입한다. 경기부양 효과는 재정정책이 더 즉각적이다. 다만 미국 뿐 아니라 주요국 대부분이 재정 적자다. 국채를 마구 찍어낼 상황이 아니다. 재정이 어렵다면 채권은 시세 변동 부담이 큰 장기채 보다 만기 확정 수익을 거두기 쉬운 단기채가 유망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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