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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방사능 농산물’ 딱지에 허탈한 농민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지역 농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농민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다. 당장 애써키운 수확물이 팔려나가지 않는 것은 물론 이 지역 농산물을 불신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1일 후쿠시마현 낙농협회가 전날 우유 출하를 중지하고 재고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 우유 원유에서는 기준치의 3~5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정부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위험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이로 인해 관련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막막해진 것.

후쿠시마현 고리야마(郡山)시에서 우유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성(47)은 “지진, 생활고에 지금 상황까지 트리플 펀치를 맞았다. 앞일을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원전에서 60㎞ 떨어진 후쿠시마시에 양상추를 공급하는 스즈키 유키오(61)씨는 “손님들이 민감해서 아예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며 “오늘을 마지막으로 출하를 중단할 생각”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쿠시마현의 농민 하네다 요이치(72)씨는 “봄 채소를 심을지 말지 고민돼 머리가 아프다. 사태가 수습돼 안심하고 농작물을 심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들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직접 입은 주민들의 경우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지역 농축산물을 먹을수도, 그렇다고 먹지 않을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피해지 인근의 한 주부(49)는 “불안하지만 여기서 사지 않으면 먹을 게 없다”고 말했으며 농산물 직판장의 한 점장은 “손님들이 안심해서 살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바라키현은 전날 히타치(日立)시에서 생산된 시금치에서 기준치의 27배나 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자 농민들에게 시금치의 출하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전국농협협동조합연합회(JA)의 히타치 지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이 정도로 수치가 높을 줄 예상 못했다. 좋지 않은 소문 때문에 다른 채소까지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다. 소비자들이 차분하게 대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 농가의 한 여성(73)은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피폭이 무서워서 밭으로 나가기도 두렵다”며 울상을 지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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