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와 당국이 원전 폐쇄방침을 다시 확인하면서 그 절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쓰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회장은 30일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때 폐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기오 일본 관방장관 역시 같은 날 후쿠시마 제1원전 내 6기 원자로 모두를 폐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원자로 훼손이 없는 5~6호기까지 버리는 것은 사회적 여론 등을 고려한 결정일 수 있으나, 노심(핵연료봉) 용융 등 결정적 원자로 손상에다 냉각수를 대체한 바닷물 사용으로 염분까지 남아있는 1~4호기의 경우 기술적으로도 복원 가능성이 없는 만큼 원자로 폐쇄는 당연한 수순이다.

▶충분한 ‘냉각’이 우선?…5년 이상 걸려

일반적으로 원전 폐쇄는 원자로가충분히 식은 뒤에 가능하다. 원자로 내부의 남은 열(잔열) 때문에 노심 용융이나 이에 따른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이 남아있을 경우 ‘냉각’이 최우선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물의 냉각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현재 진행되는 ‘냉각’ 작업 대신 체르노빌 사고 당시처럼 모래나 흙을 붓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더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모래 등의 투하 과정에서 무게 때문에 오히려 격납용기 등이 더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격납용기나 사용 후 연료봉 저장 수조가 모래나 흙으로 덮여 공기를 통한 냉각마저 이뤄지지 않으면 온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다.

후쿠시마 원전의 충분한 냉각까지는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로는 가동이 중단된 뒤 하루 만에 열은 정상가동시의 1% 수준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 1%의 잔열이 식는 데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통 사용 후 핵연료봉을 완전히 식히는데 약 4년이 걸리는 사실을 고려하면, 적어도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에도 4~5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979년 비슷한 노심 용융 사고를 겪은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TMI) 원전 사고의 경우 냉각에 5년이 걸렸다.

▶폐쇄까지...TMI 14년, 체르노빌 100년

원자로가 식으면 그 이후에야 본격적인 방사성 물질 제거와 함께 순차적으로 철거 작업이 가능하다. 이른바 ‘제염(除染)·해체’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제염·해체 작업은 원자로의 핵심인 핵연료봉을 빼내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사용 후 핵연료도 제거하고, 격납용기나 건물 등 시설물 표면의 방사성 물질을 천이나 종이로 닦아낸다.

방사성 물질이 묻은 천과 해체된 콘크리트 조각,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액체 폐기물 등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겨진다.

TMI의 경우는 5년의 냉각 기간 이후 핵연료봉 및 사용 후 핵연료 제거에 5년, 나머지 제염·해체 작업에 4년이 걸렸다. 결국, 사고 이후 냉각부터 완전 폐쇄까지 14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성 물질 외부 유출이 미미했던 TMI 보다 상황이 더 나쁜 만큼, 전체 폐쇄에 14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현재보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폐쇄 작업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 워낙 방사성 오염 정도가 심하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석관 형태의 콘크리트 덮개를 씌워 밀봉하는 비상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금까지도 그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다시 철제 방사선 차단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체르노빌 원전 주변을 관리하는 우크라이나 기관 관계자는 “체르노빌 원전을 완전히 해체하는 데 10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까지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격납용기도 없는 상태에서 원자로 자체가 폭발한 체르노빌 보다는 TMI 쪽에 가까운 만큼, 정상적 냉각과 해체 작업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무환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밀봉보다는 원자로 핵연료를 빼내 오염지역을 정화하는 것이 낫다”며 “격납용기가 완전히 깨져 있다면 밀봉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형을 보존해야 방사선 누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