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통해 당헌개정안 표결 추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당권ㆍ대권 분리 완화 반대 입장에 친이계 등 당헌 개정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30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권ㆍ대권 분리를 완화하는 당헌 개정안이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도 나온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20일 논평으로 내고 “현행 규정을 유지하자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당이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을 위한 원칙이고 무엇을 위한 당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박 전 대표의 전날 발언을 정면 겨냥했다. 또 “당을 살리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의 리더가 실질적으로 앞장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개혁의 후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후보 경선 출마자의 1년6개월 전 당직 사퇴’ 규정에서 분리 기간의 축소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친이계의 한 비대위원도 “설문조사나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비대위 끝장토론 등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지켜보지도 않고 못박는 듯한 발언을 한 게 되레 비민주적인 처사”라며 “당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당권ㆍ대권 분리 완화는 엄격하게 지켜야 할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숭고한 원칙으로 여기는 (박 전 대표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혹평했다.
당권ㆍ대권 분리를 완화하는 당헌 개정안이 비대위 표결에 부쳐진다면 겉으로 볼 때 현행 유지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당권ㆍ대권 분리를 완화하자는 쪽은 범친이계인 반면 친박계와 소장파는 그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원 19명 가운데 범친이계는 9명으로, 이들은 개정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9명 중 친이계이면서도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인사는 2명, 마찬가지로 친이계이면서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위원은 1명이 포함돼 있다.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전날 만나 당권ㆍ대권 분리 완화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을 당헌 개정파로 볼 수 있다.
개정 반대파는 친박계 4명, 새로운 한나라 소속의 소장파 6명이다. 첨예한 대립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대위는 재적 비대위원 과반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밝힌 만큼 10대9 부결이 예상된다.
그러나 계파나 소속 모임의 입장과 다른 표심이 나올 수도 있다. 새로운 한나라 소속의 친이계 비대위원의 이탈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이탈 가능성은 매우 높다. 10대 9는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조동석ㆍ최정호 기자/ds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