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계파간 갈등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재보선 패배 후 사분오열 갈라진 한나라당을 계파를 초월해 하나로 만들겠다는 당선 직후 각오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양상이다.
21일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 홈페이지 및 트위터, 또 별도 성명 발표 등을 통해 지난 19일 황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에 대해 비판했다.
신지호 비대위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박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회동으로 의미를 상실할 판”이라며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황 원내대표가 회동 결과를 직접 브리핑한 모습에 대해서도 “황 원내대표의 수첩이 이정현 의원의 수첩처럼 보였다면 지나친 과장일까”라고 비판했다.
나성린 의원도 황 원내대표의 행보에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나 의원은 “비대위에서 토론이 진행 중인 사안인데 박 전 대표는 신중했어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말을 해버리니 토론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도 황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박 전 대표가) 대표ㆍ최고위원 분리선출을 개혁 후퇴로 규정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무력화하는 발언”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문제는 황 대표가 조만간 정몽준 전 대표 및 김문수 경기도지사와도 만나, 당헌 당규 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각기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는 이들 대선 주자들과 만남은 당내 계파간 갈등을 계속 불 붙일 수 밖에 없다는게 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한 당직자는 “황 원내대표의 발언 시점이나 회동 방법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 많은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당 대표 대행인 만큼 그 형식과 방법, 내용 등에서도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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