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겠다고 야심차게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무관심’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향후 당운영에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당원 대상 설문조사가 마감시한을 이틀이나 늘렸지만, 호응은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23일 회의에서 “설문조사 응답률이 약 65%에 불과했다”고 실망스런 표정을 지은후 “빠른 시간 내 취합을 완료해 오는 25일 연석회의 이후 비대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원을 대상으로한 이번 설문조사는 당초 지난 20일 마감 예정이였지만, 예상보다 낮은 응답률에 마감 시한을 22일까지 연장했다.
응답률이 저주한 이유는 당원들 조차 개혁과 쇄신과는 거리가 먼 계파간, 대선 주자간 당권 경쟁을 위한 당헌ㆍ당규 개정 논란에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일부가 공개된 설문조사 가집계 결과, 당 대표 경선에 당원들의 참여 폭 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0%가 ‘현행보다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또 확대 폭에 대해서는 늘려야 한다 답한 응답자의 72% 정도가 12만~14만 명의 ‘대폭’을 꼽았다. 앞서 본지가 한나라당 비대위원들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것과 비슷한 결과다.
당내에서는 설문조사에 대한 호응도 낮은데다 자칫 당내 계파간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날 비대위 회의 전 “조사 결과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며 “자칫하면 당 안팎으로 계파별 세력도만 보여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역시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안간힘을 썼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 활동과 전당대회와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간 솔직한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함께 열린 정당으로 가는 환골탈태의 길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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