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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中 외교라인 먹통…말뿐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김정일 비공개 방문불구

비공식 정보교류도 안돼


다이빙궈 일방적 訪韓 통보

李대통령과 면담 요청 결례

6자 재개 일방적 발표


뒤늦게 확인된 ‘김정일 방중’ 소동으로 한ㆍ중외교의 불편한 현 주소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중 양국은 경제적 협력강화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등 정치ㆍ외교적으로는 동반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삐걱대왔다. 특히 김정일 방중을 김정은으로 오판한 것은 과거 정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 사건이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오전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했다가,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김정일 위원장이 헤이룽장성 무단장시에 있는 숙소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말을 바꿨다. ‘동반자 관계’에 있는 중국 정부로부터 사전 통보 내지는 적어도 실시간 통보를 받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교류”라면서 “김 위원장 방중이 비공개 관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면 비공식적으로라도 정보교류는 돼야하는 데 이번 해프닝을 보면 한중의 불편한 관계를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한미동맹에 치우치다보니 한중관계가 불편해진 건 아닌 지, 한반도 주변강국간에 필요한 균형 외교에 문제점은 없는 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편한 한중관계를 드러낸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외교적 절차를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방한 통보를 하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대통령 면담 후에는 우리 정부의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공식 발표하는 안하무인 행보를 보였다. 그 해 5월에는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부임인사차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 대사관의 일개 참사관이 현 장관에게 ‘발언을 너무 길게 공개한다’고 격에 맞지 않는 항의를 한 일도 있었다.

이번 방중 해프닝과 관련해서는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관한 사전 정보판단에서 연이어 헛발질을 한 정보당국에 대한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 스스로의 정보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지 의심스럽다” 면서 “후계승계 인정과 관련해 김정은의 방중설이 흘러나오면서 그 쪽으로 단정하고 있었던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중국의 이중외교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고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조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별국가의 특성이 있고 관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한중간 경제적 관계에 걸맞는 대우를 했어야한다” 며 “현 상황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라도 북한 카드를 자신의 외교적 위치 격상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전략적 동반관계이기 때문에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모든 사안을 공개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고 짤막하게 답했다.

양춘병ㆍ김윤희 기자/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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