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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넘게 거꾸로, 韓 은행 해외진출…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총 128개다. 2006년부터 꾸준히 늘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전 257개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은행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TNI(Transnationality Index)에서 국내 은행 평균치는 지난해 말 기준 3.6%다. UBS(스위스 금융그룹) 76.5%, 도이체방크 75.2%, 씨티은행 43.7%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에도 못미친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국내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양적ㆍ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은행 간의 사업 모델이 유사하다 보니 국내에서 과당경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대형 시중은행 간 외형 경쟁에 따른 독과점과 시장포화 문제를 해외하기 위해선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을 장려해야한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한국 금융의 국제화, 현황과 정책과제’란 주제로 열린 한국경제학회 정책세미나에서 김 원장은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현황 및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 원장은 “국내 대형은행 간 선도은행 경쟁이 지속될 경우 시장 포화로 인해 자산 거품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대형 은행의 시장점유율 증가로 독과점 폐해가 발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 증가율은 2009년 -4.2%, 작년 1.6%에 불과했다. 중국 은행의 자산이 같은 기간 25.9%, 19.9%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금융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은행의 국제화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김 원장은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확대 차원에서 과감한 금융규제 개혁을 주문했다. 신용공여 총액제한, 공개매수 조건변경 금지, 자회사 신용공여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 국내은행 스스로 모범규준을 만들어 이행토록 하고 해외 점포별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통합감독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그는 제언했다. 아시아 등 주요국가의 감독당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감독 네트워크도 필요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물론 국내 은행 스스로도 ▷전문인력 양성 ▷금융 정보기술(IT) 기반 선진화 ▷금융 연구기능 세계화 등 역량을 키워야만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에 있어 아시아 등 특정시장 ‘쏠림현상’을 사전에 예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은행은 지역 연구를 활성화하고, 한국은행은 지역 연구에 필요한 네크워크를 만들고, 정부는 외교적 조력자로 나서야 한다”며 유기적 협조를 강조했다. 현지 은행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도 ‘개발도상국 중소형 은행→개도국 대형 은행→선진국 중소형 은행→선진국 대형 은행’ 순으로 단계적 영역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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