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은 침묵했다. 반면 친이계와 소장파는 반발했다.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 개정 여부가 화두로 떠오른 한나라당 의원총회장 풍경이다.
한나라당은 25일 오전 국회 2층 대회의실에서 당헌ㆍ당규 개정을 주제로 의원총회를 열었다.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 핵심 인물이 대부분 자리를 비운 가운데 약 60여 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당권과 대권 분리를 주제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의원은 약 10여 명으로 모두 대권과 당권 분리 규정 개정을 주장했다. 반면 현행 유지를 주장했던 의원들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이는 총회 모두에서 밝힌 의원 및 당협위원장 대상 당헌, 당규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가 현행 유지를 주장한 것.
박 전 대표가 현 시점에서 정면에 나서봐야 소득이 적고 경쟁자의 부상만 도와주는 꼴이라 개정해서 얻을 것이 없는 친박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두아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권ㆍ대권 분리규정을 폐지해야 된다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총회에서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섰다”고 총회장 모습을 전했다.
이들 의원들은 7월 전당대회에서 뽑힐 새로운 당대표가 당을 잘 이끌고 나서 또 대통령 경선에 출마할 기회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당위론을, 또는 유력 대권 후보들 중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오겠다는 사람에게도 기회균등 차원에서 배려가 필요하다는 동정론을 내세웠다. 일부는 현행 규정에서는 전대에 대리인들만이 나설 수 밖에 없고, 이는 흥행 참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친박계 의원들이 침묵을 지킨 것은 현행 고수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반대편을 자극해봐야 소득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전당대회가 불과 40여 일 남은 가운데 규정 개정을 마무리하고, 유력 주자들이 당대표 선거에 나오기까지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당위성도 현행 유지론의 근거 중 하나다.
한편 정의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취합된 의원의 의견 그리고 ARS 당원 설문조사 등을 참조해 늦어도 30일 오후까지 하나의 게임 룰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때까지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표결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