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서면에 가면 그런 기구한 팔자의 ‘미인 땅’이 있다. 지난해 12월 전면 개통된 경춘선 복선전철 강촌역에서 1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미인 땅은 그 규모만 5만㎡에 이른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의암호와 삼악산(656m)이 주변 산수화를 그려내고, 계관산(665m) 등 인근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곳, 동남향에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 곳, 부지 외곽으로 두 갈래 계곡물이 사시사철 흐르는 곳, 분명 입지적으로 명당의 조건을 갖춘 땅이다.
투자측면에서도 꽤 매력적이다. 경춘고속도로 강촌IC와 남춘천IC를 이용할 수 있고, 좀 멀긴 하지만 경춘선 복선전철 강촌역도 이용할 수 있다. 의암호 일대 개발재료도 있다. 특히 춘천도심까지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또한 전원주택을 짓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계획관리지역이다.
그러나 이 미인 땅은 기구한 팔자 탓에 앞으로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뭇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치명적 매력을 뿜어내다 보니 사기꾼, 투기꾼들의 손을 많이 탔다.
이 땅의 초입에는 허름한 농가주택이 한 채 있는데, 그곳에서 주인 A씨는 최전방의 초병처럼 매서운 눈초리로 방문하는 이들을 살핀다.
서울 강남에 산다는 주인 A씨가 평일에도 이곳을 지키는 이유는 뭘까? 물론 그는 현재 이 땅을 전원주택단지(33필지)로 개발해 분양중이다. 당연히 오는 손님을 맞기 위해 현장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가 평일에도 이곳에 상주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사기꾼, 투기꾼들을 막기 위해서다. 주인 A씨에 따르면, 이 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몇 차례 매물로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사기꾼들에 의해 전원주택 박람회에서 분양단지로 소개되기도 했단다.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온 사기꾼이 주인인 A씨 앞에서 버젓이 이 땅이 자신의 소유라고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주인 A씨는 “땅을 비워놓으면 사기꾼, 투기꾼들이 사람들을 데려와 자기 땅 이라며 사기행각을 일삼기 때문에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 땅을 지키느라고 정말 말 못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는 빨리 팔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주인 A씨의 희망대로 기구한 운명의 이 땅이 순조롭게 매각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주인 A씨는 현장 일대 중개업소를 상대로 분양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직접 개별 매각을 하고 있다. 그가 내건 매각가격은 3.3㎡(1평)당 30만원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의 한 시행사가 이 땅을 사들여 3.3㎡당 60만원선에 분양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어쨌거나 이 미인 땅은 이제 잘게 쪼개져 팔려갈 신세에 처했다. 하지만 이런 분할 매각마저 이런 저런 소문이 돌면서 자칫 땅을 산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땅은 계약을 하기 전에 반드시 소유권 변동 내용과 토지이용계획상 규제사항 들을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 그래야 뒷탈이 없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