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을 앞둔 회사원 김모 씨. 지난해 가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4가에 1억2000만원을 주고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한 채를 분양받았다. 이 지역이 재개발이 되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노후대비 자금으로 모아둔 여윳돈에 일부 은행 대출을 얻어 과감히 투자를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말 이 지역을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하면서 김 씨의 장밋빛 희망은 ‘일장춘몽’이 됐다.
면적이 작은 필지의 주택들이 밀집한 양평동 4가 지역은 서울시의 한강변 정비계획 대상지역으로 지목되면서 재개발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
하지만 양평동 4가는 이처럼 ‘지분쪼개기’를 통해 새로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증하면서 노후도 요건(전체 건물의 60%)에서 기준이 미달돼, 작년 연말 서울시가 정한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됐다.
투자 상황이 급변하면서 소액 재개발 지분 투자로 대박을 꿈꾸던 김 씨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금융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월세 수익 십수만원에 불과한 상황.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으로 세를 놓을 경우 수익률은 4.9% 정도다. 그나마 은행금리가 높아지면서 기대수익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주택을 새로 지어서 분양한 사람들은 몰라도 재개발을 노리고 투자한 사람들은 결국 다달이 임대료 정도 받는 수준”이라며 “고점에 산 탓에 쉽게 매도할 수도 없어 매물로 나오는 물건도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개발 투자가 물건너 가고, 땅값 하락으로 되팔기도 여의치 않자 ‘꿩 대신 메추리’라도 건지려는 투자자들 중 일부는 임대사업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현재 전용 33㎡ 투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매매 2억2000만원~2억5000만원, 전세 9000만~1억2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H공인 관계자는 “재개발은 물건너갔지만,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 전월세 물량이 나오면 금방 나간다”며 “9호선 선유도역이 개통되고, 2호선 당산역도 근처라 여의도나 강남까지 30분이내 출퇴근이 가능한데다, 인근 당산동보다 월세가 20만원 정도 싼 점도 임차인들이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