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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서민 反MB...부동산은 알고 있다?
25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CCMM빌딩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중견기업 2ㆍ3세 경영인들이 모였다. 1인당 20만원 가량되는 메뉴가 즐비한 이 음식점은 멤버십제로 운영되는 고급 사교클럽과 같은 분위기다. 주로 30대에서 40대 초반인 이들은 1~2달에 한 차례 씩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다.

올해 들어 이들이 모임에서 가장 자주 입망아에 오르는 주제는 정치, 그중에도 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이나 주변 분위기를 토로하는 것이다.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의 30대 후반인 2세 경영인 A씨는 대뜸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연 소득 300억이 넘는 기업의 주인이 정말로 세끼 밥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의미는 아닐터.

A씨는 “사실 기업인들은 MB정권에 기대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며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이 임기 안에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활기를 띄게 만들어 줄 것으로 알았지만 오히려 아는 사람이 무섭다고 규제를 강화시킨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호황기를 맞고 있는 자동차 업계서 건실한 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B씨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집 없는 사람은 전세값이 올라서 불만이고 집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져서 불만”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움직임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26일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월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지난 1월보다 12.6%포인트나 하락한 31.8%를 기록했다.

특히 40~50대의 장년층과 60대의 노년층 지지도 하락의 폭이 커 주목된다. 여론 주도층인 40대는 지난 1월 45.1%에서 이달 25.9%로 넉달 만에 19.2%포인트 떨어졌고, 50대도 같은 기간 19.6%포인트, 60대 이상은 15.5%포인트 하락했다. 20대와 30대는 1월 조사와 비교할 때 각각 4.0%포인트, 3.9%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여당 후보 지지도를 압도했다. 내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6.2%로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 30.5%보다 15.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1월까지만 해도 여당 후보(35.4%)와 야당 후보(36.8%)의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불과 몇달 사이에 민심이 이반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압구정동, 소망교회 등으로 대표되는 부자들의 이미지 아이콘이 연계된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부터 이들과의 관계는 철저히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계약관계’ 비슷한 것이었다.

레임덕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정권이 마무리 단계로 가는 마당에 이제는 이들과의 이해관계를 채워줄 수 있는 길이 막혔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결국 부자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선거에 반영될 것이다.

연 매출 5000억원대의 중견기업 한 3세 경영인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전혀 고민 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것은 BBK나 에리카김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뽑은게 아니었지 않나. 부자들의 생각은 약간의 흠결보다는 대의를 생각할 줄 나는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대의 판단이 후회된다.”

<윤정식 기자@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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