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표 경선 룰이 돌고돌아 제자리로 오면서 7월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유력 대권 주자들의 본격적인 수 싸움이 시작됐다. 당 내 지지기반이 확실한 박근혜 전 대표측은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반면 세 불리기가 필요한 소장파 주자들은 7월 대표경선 참가 여부가 눈 앞의 고민거리로 다가온 모습이다.
31일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권ㆍ대권 분리, 대표ㆍ최고위원 통합 선출이라는 기존 당헌을 유지키로 한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측의 승리”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나라당의 현행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는 물론,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이번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수 없다. 이미 당 내에서 최대 지지세력을 확보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잠제적인 경쟁자들을 견제하면서 ‘박근혜 대세론’을 굳힐 수 있는 시간까지 번 셈이다.
반면 이번 경선에서 당권을 장악,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서고자 했던 친이계의 이재오 장관이나 김문수 지사 그리고 중립 또는 독자 세력의 정몽준 전 대표, 오세훈 시장은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들에게 이번 당 대표 경선은 자신들의 당 내 입지를 강화하고, 박 전 대표와 일대 일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당헌ㆍ당규 개정이 무산된 만큼 이들은 당분간 현직을 유지하면서 대권 주자 이미지 심기에 주력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7월 전대에서 당권을 잡고, 이를 기반으로 대선후보 경선에 필요한 당 내 세력 확장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일단 무산된 만큼, 외곽에서 친이계 및 소장파 등 당 내 계파들과 합종연횡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들 원외 주자들의 당 복귀 시점은 내년 총선 직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데 앞장서, 취약한 당 내 기반을 단숨에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한편 2선에 머물고 있는 박 대표의 당 전면 복귀 시점 역시 이 때가 될 전망이다. ‘선거의 여왕’으로까지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을 앞세워 한나라당의 승리를 이끌 경우 ‘박근혜 대세론’은 사실상 확정된 것과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경선 룰 결정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 전 대표를 향한 친이계, 그리고 소장파의 본격적인 공격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미 한나라당 내부에서 “박근혜 당이 됐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친이계에 눌린 당 내 소수파가 아닌, 이제 당의 최대 권력이 된 박 전대표를 향한 공세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다.
당 내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당을 좌지우지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경우 역풍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대리인을 내세운 계파간 힘겨루기가 될 7월 당 대표 경선부터 박 전대표를 향한 공세도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